매일신문

아파트업체-지자체-교육청 책임 공방 속 늦잡쳐지는 학교 신축

"아파트 업체와 행정·교육 당국의 미온적인 대처로 인한 피해는 결국 시민들의 몫인가."

대구 달서구 유천동 유천초교(가칭) 신축공사가 늦어지면서 인근 달서구와 달성군에 들어서고 있는 포스코 더 샵, 삼성 래미안, 신동아 파밀리에, 화성 파크 등 4개 아파트 학생들의 수용 문제가 벌써부터 걱정거리로 떠올랐다.

보통 학교 신축 공사에 최소 2년 정도 공사기간이 소요되지만 아직 학교용지를 확보하지 못해 언제쯤 공사를 시작할지 알 수 없기 때문. 그런데도 당국과 아파트 업체에서는 사태해결보다는 책임을 떠넘기는 식으로 안일하게 대처해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유천초교의 경우 2007년 3월 개교에 맞추기 위해서는 늦어도 지난 5월 말 공사에 들어가야 했다. 그러나 아직 학교용지조차 확보 못해 교육 당국은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래미안·파밀리에 등 인근 아파트 4개 회사들은 올 5월 말까지 달서구 유천동 일대 1만2천700㎡를 매입, 부지조성을 완료해 교육청에 제공키로 했으나 이 약속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 아파트 업체들이 지금까지 확보한 학교용지는 매입 대상부지 20%선으로 공기지연으로 인한 늑장 개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따라서 포스코 아파트의 경우 내년 10월에 입주 예정이고 래미안(2007년 7월)이나 파밀리에(2007년 10월), 파크(2007년 12월) 등도 2007년 하반기 입주 계획이어서 올해 학교 신축공사에 들어가지 않으면 학생수용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왜 이렇게 됐나=우선 아파트 업체에서 학교용지 제공약속을 어긴 잘못이 크다. 그러나 업체의 약속이행을 관리·점검해야 할 교육 및 행정기관의 철저하지 못한 대처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업체의 약속 불이행에 대한 확실한 담보를 하지 못한 데 따라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

학생수용에 책임이 있는 남부교육청은 아파트 업체에서 부지 제공 약속을 지키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고 업체에 책임을 떠넘겼다. 올 초만 해도 업체들이 학교용지의 60% 이상을 확보했다고 해 놓고선 대체부지 조성 등을 이유로 지주와의 계약을 제대로 이행 않아 오히려 확보된 부지조차 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했다는 것.

여기다 대체부지 지정도 7차로 도로횡단 등 통학로 및 통학거리 어려움 등으로 인한 교육청의 변경 불가능 판정으로 발목이 잡혀 있다. 이에 남부교육청은 달서·달성군청 등에 아파트 회사들의 학교용지 협의조건 미이행에 따른 공사중지를 요청한 상태라는 것.

그러나 이마저도 달성군은 아파트 인·허가 때 학교용지 부지확보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해줘 가능하나 달서구는 포스코 아파트나 화성 파크 아파트 경우 학교용지 확보에 대한 허가조건을 붙이지 않아 공사중지 조치도 쉽지 않은 상태다.

남부교육청 관계자는 "원래 달성군과 달서구에 각각 1개교씩 개교키로 했으나 최근 학생 수 감소에 따라 유천초교에 인근 4개 신축아파트 학생들을 수용키로 계획이 축소·변경됐기 때문"이라며 "아파트 업체에 학교 부지 확보를 재촉하고 있으나 예정 개교일을 맞추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고 말했다.

달성군 관계자는 "삼성 래미안 아파트 인·허가 때 인근 달성군에는 학생 수용에 한계가 있어 시 교육청과의 협의를 거쳤으며 학생 수용문제는 교육청 소관"이라 해명했다. 그는 또 "당시 교육청에서 2004년 연말까지 학교부지의 80%를 매입하는 조건으로 허가했으며 책임소재를 가리기 위해 시행·시공사의 공증까지 받아 놓았다"면서 "교육청에서 학교용지 매입에 대해 아파트 회사 측 입장을 들어 3차례나 연기해 주었다"고 말했다. 교육청의 공사중지 요청에 대해서는 관련 법 등을 검토한 결과 12월 5일부터 공사중지 예고를 통보했다는 것.

이에 대해 아파트 업체들은 학교용지의 미확보에 책임이 있지만 편입지주들이 턱없이 높은 땅값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감정가는 평당 300만~350만 원 선이나 일부 지주들은 1천만 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어 학교용지 매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해결책은=이미 당국이 학교시설부지로 결정해 놓은 만큼 교육청이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구청 등 관련 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아파트 업체가 적정선에서 학교용지를 매입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 또한 늑장 개교에 따른 시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토지 수용령 발동 등 다각적인 해결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체 측에서는 "행정기관이 도로개설 등을 위탁해 주는 만큼 교육청에서도 학교용지 위탁매입을 적극 검토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현재 300가구 이상 규모의 개발사업 시행사에 학교용지 조성·개발을 강제로 부담시키는 제도도 개선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 같은 법 조항이 아파트 분양가를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기 때문. 또 공공기관인 학교를 짓는데 국가에서 세금으로 부담하는 것이 원칙인데 민간 사업자에게 부담을 떠넘기는 정책은 잘못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용우기자 ywpark@msnet.co.kr

사진: 대구시 달서구와 달성군 경계지점에 들어서고 있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 하지만 주민 입주와 동시에 문을 열어야 할 초등학교는 아직 부지조차 확보하지 못해 개교 지연에 따른 불편이 우려되고 있다. 박노익기자 noi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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