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네 빵집 "SKT, 더이상 못참아"

대기업 제빵 프랜차이즈와 제휴카드 할인 공세

대구를 비롯한 전국의 '동네 빵집'들이 이동통신업계의 '공룡'인 SK텔레콤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다.지난 2000년부터 SK텔레콤이 유명 프랜차이즈 제과점들과 제휴, 빵값을 대폭 할인해주는 바람에 동네 제과점들이 모두 문을 닫게 됐다며 27일 SK텔레콤을 불공정거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것.

특히 대구의 경우 지난 5년 동안 730곳에 이르던 동네 제과점들이 이 같은 가격할인 직격탄을 맞아 261곳으로 급감하는 등 전국 최고의 폐업률을 기록, 빈사지경에 이르면서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게 됐다.

△얼마나 사라지나?

40여 년간 대구에서 빵을 만들어온 하상효(52) 씨. 그는 얼마 전 제과점을 내놨다. 인근에 ㅍ제과점이 들어서면서 고객들을 다 빼앗겼기 때문."저 집에서는 할인해 주는데 여기는 왜 깎아주지 않느냐고 묻는 고객들이 많아요. 그 이후론 그 고객을 볼 수가 없게 됐지요. 매출이 줄어드니 견딜 도리가 없더군요."

하씨는 "젊은 시절 좋은 빵을 만들기 위해 유럽을 다니며 공부했던 것이 모두 헛일이 돼 버렸다"며 "앞으로 뭘 할지 막막하다"고 답답해 했다.대한제과협회 대구지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대구에 806곳이었던 제과점들이 현재는 406곳으로 절반쯤 줄었다. 특히 730곳이었던 동네 제과점은 261곳으로 급감한 반면 ㅍ, ㅋ 제과점 등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는 76곳에서 145곳으로 급증했다.

이상태 지회장은 "SK텔레콤 등 이동통신회사들이 프랜차이즈 제과점들과 제휴해 빵값을 20~40% 깎아주는 바람에 소비자들이 동네 제과점을 외면하고 있다"며 "대구의 동네 제과점 폐업률은 지난 5년 동안 64%에 이를 만큼 심각, 생존권 수호차원에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 말했다.

△횡포인가, 마케팅인가?

제과 프랜차이즈 업계가 이동통신사들과 제휴한 것은 지난 2000년부터. 현재 전국 1천700여 개의 직영점 및 가맹점이 있는 ㅍ사는 SK텔레콤과, 500여 개를 갖고 있는 ㄸ업체는 KTF·LG텔레콤, 매장 수 300여 개의 ㅋ사는 SK텔레콤·KTF와 제휴관계다.

이들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소비자가 갖고 있는 통신사 카드의 종류에 따라 빵값을 20%에서 40%까지 할인해 준다.그러나 할인부담을 통신사와 프랜차이즈 본사, 가맹점주가 3등분하기 때문에 한 ㅍ사 가맹점주는 "손님이 늘었지만 할인액의 30%를 책임지기에 순익은 높지 않다"며 "고객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맺은 제휴를 그만두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SK텔레콤의 로열티 마케팅기획팀 최현곤 과장은 "맛, 질, 서비스 등 본원적 경쟁력이 있는 가게만 결국 살아남는 것 아니냐"며 현재 영업방침을 계속해 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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