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란-EU·서방 '칼끝 대치

아흐마디네자드 '이스라엘 없애야' 발언 놓고

이스라엘을 '지도상에서 없애야 한다'는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의 발언을 둘러싸고 이란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이 대치하고 있다.

이란은 EU 주요국들이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 발언을 규탄하고 나서자 외교채널을 동원한 공세를 강화하고 나섰다. 이런 가운데 이른바 서방 측 지도자들은 문제발언을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EU는 이를 규탄하는 공동 성명을 채택했다.

러시아도 이란 측 발언에 대해서는 용인될 수 없는 것이라고 규탄했으나 제재에는 소극적인 모습이다. 이란 외무부는 27일 '이스라엘의 범죄와 팔레스타인 탄압 문제'와 관련해 유럽국가들이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온 것에 대해 강력히 항의하라는 훈령을 서방지역 주재 자국 대사관에 내려보냈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관영 IRNA 통신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유럽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중동지역의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이란 정부가 유럽 주재 외교관들에게 이같이 주문한 것은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이스라엘 관련 발언을 유럽 지도자들이 비판한 것에 대한 대응조치이다.

그러나 EU 지도자들은 이날 런던에서 하루 일정의 정상회담을 한 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 발언을 규탄하는 공동성명까지 발표해 핵 문제로 대치해 온 이란과 EU의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EU 정상들은 성명에서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라고 주장하는 국가지도자라면 그런 말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문제 발언을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폭력과 국가 파괴를 주장하는 것은 성숙되고 책임감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임을 자처하는 것과는 절대로 양립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문제의 발언으로 이란의 지역내 역할과 미래의 정책의지에 관해 우려가 야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핵 분야 등에서 미국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이란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도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문제발언을 비판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전했다.

요르단에 체류중인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의 발언은 용인할 수 없는 것이라며 이란 정부에 이 문제와 관련해 주의를 환기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아흐마디네자드 대통령은 26일 테헤란에서 열린 '시온주의자 없는 세계'란 제목의 집회에서 "시온주의 정권 수립은 세계의 압제자들에 의한 반(反) 이슬람 조치였다"며 이스라엘을 지도상에서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이스라엘과 미국은 물론 영국과 프랑스, 스페인, 캐나다, 호주 등 서방국들이 일제히 규탄하는 입장을 밝혔다. 필리페 두스트-블라지 프랑스 외무장관은 "그 발언에 대한 보도가 사실이라면 용납될 수 없는 것"이라면서 "강력히 항의한다"고 말했고, 영국 정부도 "대단히 불쾌하고 역겨운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스페인 외교부는 논평을 통해 "미구엘 앙헬 모라니토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그 발언을 가장 강력한 어조로 거부하고 즉각 이란 대사를 불러 해명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파푸아 뉴기니를 방문 중인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매우 위험한 연설이었고, 우려를 자아낼 만하다"며 유엔이 다뤄야 할 정도의 심각한 사안이라는 견해를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카이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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