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을 그 이후-(중)한나라당에 거는 기대

짝사랑은 변치않는다?

지역민들은 한나라당에 어떤 기대를 걸고 있을까? 변함없는 지지일까, 당 쇄신과 변화에 대한 바람을 담고 있을까?한나라당은 대구·경북의 유일한 정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구지역 국회의원 12명 모두, 경북지역 국회의원 15명 중 무소속 1명을 제외한 14명 등 총 27명 가운데 26명이 한나라당 소속이다. 기초·광역단체장, 시·도의원까지 포함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한나라당에 대한 지역민의 애정은 뿌리깊다.

한나라당을 캐들어가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창당한 민주공화당에까지 이른다. 경북지역(당시 대구 포함)은 지난 5대부터 9대 총선까지 17년간 공화당 의원들에게 평균 45%가량의 지지를 보냈다. 이후 대구·경북은 1988년 13대 총선부터 20년 가까이 한나라당과 전신인 신한국·민정·민자당에 몰표를 보냈다.

13대 총선에서는 대구 48.2%, 경북 51%의 유권자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끈 민정당을 지지했다. 14대 총선에서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이끈 민자당에 대구·경북의 47%, 49%의 유권자가 지지했다.

한나라당 창당 이후 16· 17대 때는 그 위세가 더해 대구·경북 지지율이 절반을 훌쩍 넘었다. 16대 때는 대구 63%·경북 53%가, 17대 때는 대구 62%·경북 55%가 한나라당을 지지했다. 이 기간 한나라당 소속 의원의 전국 평균 지지율이 38%가량인 것과 비교하면 대구·경북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셈이다. '한나라당 텃밭'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 것도 당연했다.

이처럼 '넘치는' 지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이 받는 만큼 지역에 보답하고 있을까? "그렇다"라는 대답을 선뜻 내놓을 지역민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나라당도 어느 정도 이를 알고 있다. 한나라당 정세분석팀의 한 당직자는 "대구·경북의 한나라당 지지성향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된다"며 "영천과 대구 동을 선거에서 한나라당에 변화를 요구하고 질책하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에 일방적 지지를 보냈는데, 그동안 뭘 했느냐"는 얘기다.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 대해 "지역민들이 한나라당의 업적을 몰라서 그런 탓"이라는 시각이 당 내에는 엄존하고 있다. 안택수 한나라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최근 "지역 국회의원들이 지역을 위해 한 일이 많은데, 시민들이 너무 몰라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내부 혁신을 요구하는 당 내 소리가 적잖다. 한나라당 한 인사는 "외부의 비판을 제대로 담아내는 내부 혁신이 절실하다"며 "재·보궐 선거의 승리에만 도취돼 정작 '대선'이란 큰 그림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좁쌀 얻고, 쌀가마니 뺏기는 꼴'"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소속 한 대권주자도 "대구·경북은 철옹성에 갇힌 외딴 섬"이라며 "한나라당이 섬의 맹주이지만, 역시 닫힌 폐쇄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변화의 필요성을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과거에 집착한 채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변화를 이끌지 못하면 도태될 수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손호철 서강대 정치학과 교수는 "대구·경북이 일방적 정치지형으로 대한민국 지역주의의 중심이 됐다. 부마항쟁으로 대변되는 부산·경남의 저항적 지역주의와는 대조를 이룬다"며 "좋게 말하면 정치적 다양성의 상실이지만, 나쁘게 말하면 민주주의의 퇴보"라고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지역민들은 한나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기를 바라고 있다. 전투에 이기고 전쟁에 지는 잘못을 세 번째 반복하지 말아달라는 얘기다. 대선 승리를 위해 재선에서 비판보다는 지지를 보냈다는 것이다.한나라당이 지역민들의 지지 속에 감춰진 비판과 변화의 목소리를 어떻게 담아낼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김병구기자 kbg@msnet.co.kr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사진: 한나라당에 대한 변함없는 지역민들 지지 속에는 당 쇄신과 대선 승리를 바라는 희망도 담겨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열린 한나라당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박근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10·26 재선 완승의 기쁨을 애써 자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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