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18회 매일 여성 한글백일장/여고부 운문> 편지

안새솔 / 구미여자고등학교 2년

너는 우리가 매미 같다 말했지.

작열하는 태양빛 아래

고목에 붙어 노래하는

그 짧은 여름날의 영광을 위해

칠 년의 시간을 인내하는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그래, 네 말대로

우리는 매미일지도 모르지

빛도 없이 산소도 없이

캄캄한 땅 속에 갇혀

'명문'의 이름이 새겨진

어느 고목 한 그루만 꿈꾸는

미련한 매미일지도 모르지.

그러나 우리는

파아란 하늘 높이 날아

은하수로 날갯짓하는

매미가 되자고

봄꽃 피는 소리로도

낙엽 밟는 소리로도

눈꽃 날린 소리로도

노래하는

두 마리 매미가 되자고.

중간고사를 일주일 앞두고

네가 학교에 오지 않은 날

매미가 되기 싫어

네가 말도 없이 떠나버린 날

어딘가에서

낯선 자유에 헤매일

너를 그리며

난 이렇게 편지를 썼어.

교실 창 밖 거미줄에 걸려

울음조차 하지 않는

매미 한 마리를

애써 외면한 채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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