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18회 매일 여성 한글백일장> 사랑은 메시지를 타고

강봉숙 / 문경여자고등학교 1년

"예쁜 딸, 엄마 문자메시지 보내는 방법 좀 가르쳐줄래?"

내가 고등학교 입학하기 전 겨울방학 때 우리 엄마께선 나에게 문자쓰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하셨다. 귀찮기도하고 엄마께서 문자 쓸 곳이 어디 있을까라는 생각때문에 계속 가르쳐 드리기를 미루기만 하였다. 결국 엄마의 간곡한 부탁을 차마 뿌리칠 수 없어서 문자 쓰는 법을 가르쳐 드리기로 했다.

우선 나는 문자쓰는 방법을 종이에 적어 코팅을 했다. 좋지 못한 기억력 때문에 운전면허증을 포기하신 엄마께는 정리된 종이가 필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종이를 엄마께 드린 뒤 입력하는 방법을 보여 드렸다.

"예쁜 딸, 고마워. 엄마 열심히 연습할게."

난 엄마께 메시지 쓰는 법을 가르쳐 드린 이후 그 일을 까맣게 잊고 지냈다. 낯선 고등학교 생활에 적응하기에 너무 바빴기 때문이었을까.

나는 차츰 고등학교에 적응하여 어엿한 고등학생이 되어 열심히 고등학교 생활을 하였다. 그러던 어느날 모의고사라는 것이 나에게 찾아왔다.

아직 1학년이고 학기초인 나는 모의고사가 어떤 것인지 잘 몰랐기에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모의고사 치기 전날 밤. 공부를 해도 뭔지 허전한 느낌이 들었고 그 허전함이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새벽 2시가 되도록 잠 안자고 정신없이 책을 보고 있었다. 엄마께선 노크를 하시고 들어오셔서 이만 자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셨다. 이렇게 늦게 자면 내일 시험칠 때 피곤할 거라고 하시는 말씀이 너무나 당연한 말씀인데 그 땐 왜 그리 짜증이 났는지…. 나도 모르게 신경질을 냈다.

"나 시험 망하면 책임질꺼야?"

엄마께선 내가 극도로 날카로워진 모습을 보시고 놀라시는 눈치셨다. 결국 그냥 나가셨고 나는 그 후 30분도 지나지 않았을 때 잠이 들었다.

모의고사 시험날 난 너무 긴장한 나머지 아침밥을 먹지 못한 채 집 문밖을 나서려 하였다. 그 때 엄마께선 우유를 가져오시며 조금이라도 마시라고 하셨으나 속이 좋지 않아서 그냥 무시하고 학교에 갔다.

나는 긴장감에 둘러싸인채로 시험을 치렀다. 하루가 언제 그렇게 지나간걸까? 시험에 대한 두려움이 시간감각까지 둔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난 시험을 다 치고 아무 생각없이 휴대전화 켜는데 그와 동시에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엄마였다.

'예쁜 딸 아침 안 먹구 갔는데 괜찮아? 너무 부담감 갖지 말구. 딸 아자.'

난 한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너무 미안하고, 죄송해서 마음 어딘가를 큰 바위가 꾸욱 누르는 느낌이었다.

엄마는 고등학교 올라와서 힘들어 할 나를 위해 문자쓰는 방법을 배우신 것이었다. 간간이 보이는 틀린 글자들이 열심히 메시지를 적는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나는 뭐라고 할지 고민하다가 답 메시지를 보냈다.

'엄마, 나 시험 망했어. 어떡해….'

엄마의 답 메시지가 오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초보자인 엄마께는 아직 무리인 듯 싶었다.

"띵동띵동."

'예쁜 딸 괜찮아유. 기운내고 집에서 봐유 ♡♡♡♡♡♡♡♡'

엄마께선 날 위로해주시려고 사투리까지 쓰시며 장난을 해주셨다. 그리고 하트 표가 나머지 공간을 다 메우고 있었다. 그 많은 하트 표는 나에 대한 엄마의 마음이 다 표현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시며 더 적었으면 하는 엄마의 마음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우리 엄마는 하트 표를 수백 개 수천 개를 붙이고도 아쉬워하실 분이셨다. 딸을 너무 사랑하는 분이시고 딸을 위해서라면 죽는 시늉도 하실 분이니까…. 우리 엄만 그러고도 남을 분이시다.

엄마께선 이제 나의 친구들과도 문자를 보내시며 나의 기분상태를 알아내신다. 그리고 집을 비우실 때도 어김없이 나에게 문자메시지를 남기신다.

메시지로 전해진 엄마의 마음. 아직 내 마음을 메시지로 어머니께 전해 드린적이 없었다. 한번도 하트 표를 해본 적도 없었다. 엄마께 마음을 표현하기에 너무 부끄럽기 때문이었다.

언젠가 엄마께 나의 마음을 전하는 날이 오겠지. 내가 어른이 되면… 내가 철이 들면… 그 날이 오면 엄마께 말씀 드리고 싶다.

'엄마, 감사해요. 항상 딸을 살펴 주시느라 열심히 애쓰시는 거, 우리가 어디 아프지나 않을까 항상 생각해 주시고 우리가 힘없이 축 처져 있을 때 기운 북돋아 주시려고 메시지로 응원해 주신거 너무 감사해요. 감사하단 말 못한거 죄송하고, 엄마께 감사하고 사랑해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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