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회 통외통위 쌀비준안 통과 농심 분노폭발

올가을 쌀값폭락 현실화…폐농 위기감'최고조'

27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가 27일 쌀 관세화 유예협상에 대한 비준동의안을 처리하면서 농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이미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한농)는 25일부터 벼 야적투쟁에 들어갔으며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은 28일부터 쌀협상 국회비준 저지를 위한 투쟁을 시작했다.

◆쌀 무엇이 문제인가?

이번에 상임위를 통과해 국회비준을 앞두고 있는 쌀 협상의 주요 골자는 쌀시장의 완전개방(관세화)을 오는 2014년까지 10년간 추가로 연장하는 대신 올해부터 미국, 중국 등으로부터 일정 물량의 쌀을 낮은 관세로 의무 수입해야 한다는 것. 세부내용은 최소시장접근(MMA) 물량을 현재 20만5천228t을 2014년에는 40만8천700t이 되도록 매년 균등하게 증가시키고 특히 밥쌀용은 2010년까지 30% 이상이 되도록 단계적으로 증가시키도록 돼 있다.

이에 대해 농민들은 당장에 쌀 수입의 자유화는 막았지만 그동안 가공용 쌀로만 수입되던 것이 밥쌀로 판매되면 가격하락은 물론, 국내 농업을 말살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식생활 문화의 변화로 쌀 소비량이 줄면서 쌀 80kg(농협 수매가 기준)의 가격이 14만 원대로 떨어졌는데 5만~7만 원선인 수입쌀이 들어오면 가격 경쟁력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농민들의 분노

전농 경북도연맹(의장 천호준) 소속 농민들은 28일 오전 8시부터 의성과 청송, 김천 등 도내 13개 시·군청에서 '쌀 협상 국회비준 반대, 쌀값 보장, 추곡수매제 부활, 전국 동시다발 벼 적재 농민집회'를 열고 대정부 투쟁에 들어갔다.

의성군농민회는 의성군청에 벼 100포대를 쌓고 "쌀값이 지난해에 비해 20% 떨어지고 산지에서는 수확기 쌀 대란이 일어나고 있으나, 정부는 아무런 대책없이 농업과 농촌이 무너져 가는 것을 방관하고 있으며,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고 정부의 쌀 정책을 규탄했다.

이윤구 정책부장은 "28일의 시·군청 벼 적재 투쟁을 '전국 농민 총파업의 날'로 정했다"며 "농민들의 피맺힌 절규를 또다시 외면하고 비준안의 본회의 통과를 강행할 경우 350만 농민들의 강력한 투쟁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전농은 11월 10일 2차 벼 적재 농민대회(농기계 시위)를, 18일에는 부산에서 전국농민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에 앞서 한농 경북도연합회(회장 최태림)는 25일부터 경북도내 22개 농협 시군지부 앞에서 벼 야적투쟁에 들어갔다.

◆말 많은 공공비축제

현재 농민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지난해 추곡수매제 대신 실시하고 있는 공공비축제 문제다. 일단 추곡수매제 때 일시불로 받던 금액 중 일부를 변동직불제를 통해 내년 4월에야 받을 수 있는데다 제도자체가 복잡하고 변수가 많아 농민들이 불안해 하기 때문이다. 특히 쌀값이 떨어질수록 변동직불제를 통해 지원을 받는 금액이 커지는 구조상 모순점에다 기간이 3년이기 때문에 가격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현실에 비춰 3년이 지나면 농가가 생산비도 못 건지는 파국이 올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공공비축제는 농민들이 미곡종합처리장(RPC)을 통해 수매를 할 경우 수매금액과 함께 고정직불금 9천836원(쌀 80kg 기준, 조곡으로 환산할 경우 3분의 1)을 함께 지급한다. 또 정부 목표가격 17만83원(80kg 쌀 기준, 40kg 조곡으로 환산할 경우 수율 72% 기준으로 5만9천194원)을 기준으로 10∼12월(3개월) 전국 평균 쌀값을 계산, 그 차액의 85%에서 이미 지급한 고정직불금을 제한 금액을 변동직불금으로 지급하게 된다.

이에 따르면 3개월 평균가격이 떨어질수록 정부의 기준가격과 차이가 크기 때문에 변동직불금을 많이 받는 모순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산지 쌀값(80kg 기준)이 지난해 16만8천 원에서 올해는 14만 원대로 떨어져 쌀값 추가 하락이라는 불안과 함께 농협과 민간 RPC의 수매가(40kg 조곡 기준)도 지난해 5만2천 원대에서 올해는 4만~4만2천 원대로 떨어져 농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것. 또한 RPC도 쌀값 폭락과 함께 지난해 수매한 재고가 많아 매입을 꺼리고 있는 것도 농민들의 불안을 더해 일부에서는 투매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양곡가공협회중앙회 이범락(의성 비안 삼안RPC 대표) 회장은 "올해 쌀값 하락폭이 큰 데다 지난해 포대당 5만∼5만5천 원에 수매한 쌀이 아직도 재고로 남아 창고에 쌓여 있는 상태에서 RPC들이 자체 수매를 기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영주시 안정면에서 6천 평의 쌀농사를 지은 임재완(41) 씨는 "가마당 쌀값이 작년보다 3만~4만 원 가까이 떨어져 걱정이 태산 같은데 정미소나 시장에서는 아예 공공비축미보다 2천 원 정도 싸게 사들이고 있어 기대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또 김시훈(47·봉화읍) 씨는 "봄에 대출 받은 영농자금을 추수가 끝나면 갚아야 하는데 이런 상태로는 먹고 사는 문제도 해결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정부차원의 대책을 요구했다.

김삼출(55·포항시 동해면) 씨는 "쌀시장 개방 등 앞으로 쌀값 하락은 불을 보듯 뻔한 만큼 논농사를 포기할 생각까지 하고 있다"며 "정부가 올해 추가수매 계획을 밝히는 등 농민들을 달래고 있지만 근본적인 쌀값 안정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상주농민회 문창진 간사는 "올해는 어느 해보다 쌀농가들의 고통이 크다"며 "앞으로 갈수록 쌀 판로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여 농가들이 벌써부터 쌀농사 포기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책

정부는 우선 공공비축제에 대한 농민들의 이해도가 낮다고 보고 이에 대한 홍보에 주력하는 한편 각종 대책을 내고 있다. 우선 18일 공공비축미 매입을 400만 섬에서 500만 섬으로 늘리는 한편 쌀 협상 국회비준과 관련 5조7천억 원 규모의 농가부채를 농민들이 3~5년으로 나눠서 갚고 농업인에 대한 정책자금 금리도 현재 3~5%에서 3%로 인하하는 등 후속대책을 내놓았다.

농림부 소득정책과 김한수 실무담당은 "고정직불금을 수매와 동시에 지급하고 내년에 변동직불금을 지원할 경우 농민들의 소득은 지난해와 큰 변동은 없을 것"이라며 "농가소득직불제와 관련한 홍보물을 제작, 쌀값 하락으로 불안해하는 농민들에게 집중 홍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이범락 회장도 "제도가 복잡하긴 하지만 40kg 조곡 기준으로 3개월 평균 쌀값이 4만5천~4만6천 원대를 기록할 경우 농가가 현재 4만2천 원에 수매해도 고정·변동 직불금을 합해 약 5만6천 원 대를 받기 때문에 큰 손실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성남·이희대·엄재진·마경대기자

사진: 지난 25일 쌀값 폭락 대책마련을 요구하며 벼 야적시위에 들어간 한농 의성군연합회 소속 농민들이 농협 의성군지부 앞에서 벼를 태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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