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와 사람-대구 찾는 무용가 홍신자 씨

"그동안 꼭 한번 오고 싶었지만 '끈'이 닿질 않았습니다."

'자유인' 홍신자 씨가 '웃는돌 무용단'과 함께 공연 '순례'로 대구를 찾는다. 11월 2일 오후 7시 30분 대구시민회관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홍씨의 첫 대구 공연이다. 우리나라 무용사에 있어 '무용언어의 확대, 표현영역의 확장, 열린 공간과 닫힌 공간의 해결'이라는 선구적 역할을 했다는 홍씨의 명성에 비해서는 의외다.

이사도라 던컨, 니진스키, 마사 그래함 등과 함께 '동양 전통에 뿌리를 둔 서양 아방가르드 무용의 꽃'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홍씨의 공연은 충격적이면서도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나선형의 대각선'은 대표적이다. 왼손으로 해골을 가슴 위로 들어 멈추고 오른손은 끝없이 움직여 영혼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주는 독무에 사람들은 경악했다. 어느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홍신자만의 춤'을 추어 온 결과이다. 너무 전위적이라 선뜻 맘이 다가가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홍씨는 "이번 작품은 시각적인 요소는 물론 음악도 귀에 쏙쏙 들어오는 아주 쉬운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70여 분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갈 것"이라고 확신했다. '순례'를 통해서 홍씨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할 생각이다. '순례'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찾으려는 긴 순례의 길을 '아주 철학적이고 감동적'으로 풀어낸다. 무용수들은 50cm 높이의 목발을 신고 대나무 장대를 어깨에 걸친 채 길게 늘어진 망토를 걸치고 나온다. 이들은 지극히 제한된 느린 동작으로 움직이며 고뇌의 길을 걸어가는 순례자를 표현한다.

홍씨가 이끄는 무용단 '웃는돌'은 홍씨가 1994년에 만들었다. 홍씨는 "지구상의 모든 존재에는 혼이 있다"는 믿음으로 무용단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이 철학을 바탕으로 '웃는 돌 무용단'은 '예술과 자연, 영성의 조화'가 담긴 현대무용을 국내외에 알리고 있다.

홍씨의 활동은 다양하다. 본업인 무용을 빼고도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이기도 하다. 국악인 황병기 씨와 제작한 앨범에서는 보컬도 맡았다. 또한 요가를 통한 명상수련을 가르치기도 한다. 환갑을 한참 넘긴 나이(1940년생)가 무색할 정도. "좋은 음식을 먹고 요가로 몸을 단련하는 것이 건강 비법"이란다.

이번 공연이 끝나면 홍씨는 '웃는돌'과 함께 남미 공연길에 오른다. 베네수엘라·과테말라와 함께 비수교국인 쿠바에서도 공연계획이 잡혀 있다. 의미 있는 공연에 맞춰 홍씨는 "깜짝 이벤트를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내년에는 북한에서 공연하는 것이 희망"이라고도 했다.

비전공인으로 1966년 26세의 나이로 미국에서 춤을 시작한 홍씨의 춤인생은 '비움의 철학, 자연으로의 회귀'를 웅변하고 있다. 세계를 향해 몸짓하고 있는 홍씨의 작품은 '평화를 위한 속삭임'을 들려주는 자리가 될 것이다. 1만~4만 원. 053-426-5616.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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