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 식탁에서 떠밀리고 있다. 소비원가로 따진다면 국민 1인당 하루 600원어치의 쌀을 먹고 있다. 한 끼당 200원. '껌값'보다 못하다.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그래서 억장이 무너진다. 오죽하면 농민들이 쌀값 폭락에 대한 정부 대책을 요구하며 거리에 벼를 쌓아두고 시위를 벌이겠는가? 하지만 쌀의 다차원적 효용을 안다면 쌀을 다시 보게 된다. 쌀이 왜 좋은지 안다면 쌀을 왜 먹어야 하는지도 분명해진다.
▷쌀의 영양학
아침밥을 먹는 학생이 학교 공부도 잘하고 수능성적도 높다? 사실이다. 아침밥을 거르지 않고 먹은 아이들의 건강상태 및 수능성적이 좋았다(도표1, 2002년 농촌진흥청 조사)는 사실은 이미 다 아는 사실. 두뇌회전에 필요한 영양분(당질)을 공급, 창의력과 기억력을 향상시켜주기 때문이다.
아침밥을 거르게 되면 점심때까지의 공복기간이 약 17시간이다. 때문에 장시간 저혈당상태에 있게 되고 두뇌회전에 필요한 당질이 부족해 사고력이 떨어지고 무기력해진다.
변비로 고생하는 여성은 쌀밥을 꼭 먹어야 한다. 밥에는 변을 만들어내는 섬유소가 듬뿍 담겨 있다. 밥으로 3끼를 해결하면 하루 섬유질 권장량 35g이 충분하지만 패스트푸드로 때우면 1g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적절한 쌀밥 중심 식사는 고지혈증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쌀밥이나 콩은 불포화지방의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국인의 경우 치아형태, 장의 길이, 소화액 분비, 장의 세균 등이 쌀밥에 맞도록 잘 적응되어 있다는 것도 생각해볼 일이다.
▷쌀의 경제학
만일 전국민이 아침밥을 꼬박꼬박 먹을 경우 연간 추가로 소비되는 쌀은 얼마나 될까? 약 357만 섬이다. 금액으로는 1조1천500억 원. 우리나라 쌀 재고 감축에 큰 도움을 줄 만한 양이다.
벼농사는 아직까지 농민들의 주요 수입원으로 농가경제를 살리는 일등공신이다.
쌀은 농가소득의 25%, 농업소득의 50% 정도 차지하고 있으며 농가 1가구당 연간 500만 원 이상의 소득을 가져다 주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경제외적 가치는 더 크다. 생태계 보전, 농촌경관 유지, 전통문화 계승 등 돈으로 계산하지 못하는 부분은 제외하더라도 홍수조절, 토양유실 경감, 대기 및 수질 정화 등 계산가능한 환경보전 기능을 하고 있는 것.
농업기반공사 농어촌연구원의 2년전 자료에 따르면 쌀농사의 경제외적 가치(도표2)는 22조9천억원 이상으로 연평균 쌀 생산액으로 본 쌀농사의 경제적 가치 10조7천억 원의 두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쌀의 애국학
다소 구차하게 여겨질 수 있다. 하지만 나라를 살리고 우리 농민을 보호하기 위해 쌀소비를 촉진시킬 필요는 충분하다.
경북농협 쌀소비촉진단 김장규 전 본부장은 '우리 쌀 사랑'은 식량안보의 첫걸음이라고 했다. 김 전 본부장은 "쌀은 우리 민족에게 단순한 식량의 차원을 넘어 얼과 자존심, 때론 한(恨)의 결정체"라고까지 표현했다. 일제 강점기 연해주로 갔다가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은 '벼종자'를 가슴에 품고 다니다 만리 타국에서 벼농사를 지음으로써 쌀에 대한 절대적인 애착을 보이기도 했다.
지금은 시대가 바뀌었다. 쌀 소비량이 불과 10여년 전에 비해 10분의 1도 되지 않으며(도표3), 농가가 하나 둘 없어져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쌀을 대체할 만한 다양한 음식들이 등장함에 따라 쌀농사는 위축될 수밖에 없는 현실. 전문가들은 이대로 농업을 방치하면 식량안보, 국토환경 보전 등 생존권과 직결되는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농업은 한 번 무너지면 다시 회복하기 힘들다는 것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 : 1년 365일 1천95끼 중 1천 끼 이상은 밥을 먹는다는 조영탁(34·북구 복현동)씨 가족. 딸 은빈(3)이가 입을 크게 벌려 할머니가 주는 밥을 먹고 있다.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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