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정말 인간은 개미보다 못할까

정말 인간은 개미보다 못할까/ 마크 트웨인 지음/ 박영선 옮김/ 북인 펴냄

제목(원제: What is man?)에서 풍기듯 이 책은 철학이야기다. 그런데 지은이의 이름이 상당히 낯익다.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을 쓴 마크 트웨인이 지었다. '미국 문학의 셰익스피어'로 통하는 마크 트웨인이 처음으로 썼다는 철학이야기 책이다.

100여 년 전 마크 트웨인이 소설이 아닌 사상과 성찰이라는 지적 도구로 '인간론'을 펼치고 있다. 늙은 트웨인과 젊은 트웨인이 소크라테스의 대화 방식을 통해 풀어나가고 있다.

총 7장에 걸쳐 마크 트웨인은 인간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송두리째 뒤집어 놓는다. 그가 보기에 인간의 두뇌란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얻은 재료를 이용하는 기계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은 자기만족을 위해서 행동하고, '희생'이라는 것도 결국엔 자신을 만족시키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과 어울리며 맺어지는 '관계'라는 외부적인 영향으로 만들어진 것이 인간이며, 마음은 독립적인 존재이기에 인간은 "외부적인 힘으로 움직이는 자동 기계"일 뿐이다.

기독교라는 사상적 배경 속에서 성장한 마크 트웨인의 인간에 대한 불신, '신은 어디에나 편재돼 있다'는 그의 생각을 뒷받침해주는 이야기들의 연속이다.

19세기 당시의 인습과 관념을 송두리째 뒤흔든 인간관을 거침없이 써냈기에 이 책은 (당연히) 출판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책을 제일 먼저 읽어본 그의 부인 올리비아는 책의 내용에 심한 충격을 받아 남편에게 책을 출판하지 말 것을 애원했다. 1904년 올리비아가 죽고 나서야 1906년 겨우 세상에 빛을 봤을 때도 250부만이 발행돼 몇몇 사람들이 돌려 읽었을 뿐이었다. 발칙하면서도 독창적·독설적인 그의 철학을 일반인들이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마크 트웨인 사후 7년이 지난 1917년이 돼서였다.

한 세기도 전에 마크 트웨인이 남긴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한 이색적인 사색의 결과는 오늘날의 시각에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204쪽 / 8천 원.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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