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행복한 지붕수리공

행복한 지붕수리공/ 요아힘 링엘나츠 지음/김재혁 옮김/하늘연못 펴냄

단편소설의 묘미는 짧다는 것이다. 부담없이 읽어낼 수 있기에 사람들이 즐겨찾는다. 이번에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요아힘 링엘나츠의 단편소설집 '행복한 지붕수리공'도 단편소설의 특징과 재미를 잘 보여준다.

사실 저자는 '250만 독일 독자들을 웃기고 울린 기지와 위트, 유머와 통찰의 작가'로 불리며 독일 문학사에서 한 획을 그은 작가로 인식되고 있다. 독일 전역을 떠돌며 자작시를 낭송해 인기를 끌었던 '방랑예술가'였던 작가는 '독일식 유머의 대가'로 유명해졌다.

지붕수리공·마도로스 등 구속받지 않는 자유로운 삶과 직업을 선택한 그의 면모가 반영된 글은 엉뚱하고도 돌발적인 상상력이 넘쳐난다. 이들이 어우러진 재기 넘치는 글들은 독자들의 주의를 확 잡아끈다.

'쿠텔 다델두가 들려주는 빨강모자 이야기'는 저자의 문학세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소설 속의 '빨강모자'의 결말은 기괴하면서도 파격적이다. 빨강모자의 할머니는 자기를 찾아온 늑대는 물론, 빨강모자와 사냥꾼까지 모두 잡아먹는다. 어린 자식들에게 엉뚱하면서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대충 얼버무리고는 내쫓아버리는 쿠텔 다델두는 그를 닮은 듯도 하다. '생의 열쇠구멍을 통해서'의 지버스 씨도 마찬가지.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분실물을 구실삼아 주인을 찾아가던 지버스 씨는 혼자서 온갖 엉뚱한 상상과 탐색을 한다. 그러다가는 "가장 맛이 좋을 때 떠나라"는 다소 생뚱맞은 깨달음을 얻고서는 물건 주인의 방에서 나와버린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반어적인 표현, 치밀하게 제시되는 위트, 시공을 넘나드는 상상력을 담은 저자의 소설은 일상의 감상주의를 몰아낸다. 평범함을 훨씬 벗어난 언어와 사고의 독창성은 소설 전체에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나 그의 소설은 재미있다. 이야기를 경쾌하게 이끌어나가는 링엘나츠의 능력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놀라운 상상력은 현실적이고 사실적으로 보이던 이야기를 완전히 새롭게, 상식 밖의 세계로 끌어들인다. 독자들은 이를 통해 무한한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그러면서도 삶에 대해,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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