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 없는 아침에도, 점심, 저녁에도 만날 먹는 밥. 으∼, 지겨워!"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쌀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이 고작 밥, 떡 정도일 거라고 여길 듯싶다. 이런 사람은 아직 20세기에 살고 있는 셈. 21세기 첨단 과학기술은 쌀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도록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게 하고 있다.
회사원 이혜림(34·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씨는 아침을 거르지 않고 쌀밥(?) 한 그릇을 든든히 먹고 출근한다. 그런데 먹는 것이 빵인데 쌀밥을 먹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하니 이상하다.
"쌀로 만든 빵 하나를 먹으면 쌀밥 2/3 공기를 먹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하네요. 아침에 입맛이 없어 밥은 잘 안 들어가는데 쌀로 만든 빵으로 간편히 아침식사를 할 수 있어 좋아요."
대구시 수성구 수성4가에 자리한 '라이스존' 수성점. 밀가루를 전혀 쓰지 않고 순 쌀로만 만드는 빵 전문점이다. 식빵, 카스테라, 모카빵, 머핀, 케이크…. 겉보기는 보통 빵과 똑같이 생겼는데 쌀로 만들었다니 신기하기만 하다.
"쌀가루로 만드는 빵은 밀가루 빵을 만들 때처럼 재료를 같은 배합으로 만들면 안되지요. 몇 번 실패한 경험 끝에 순 쌀빵을 만들게 됐습니다."
공장장 김종석(40) 씨는 강원도 횡성 청정지역에서 재배된 청결미만을 엄선해 만든 쌀빵은 방부제와 아토피, 알레르기 걱정 없고 밀가루 음식이 소화가 덜 되는 사람도 빵맛을 즐길 수 있어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김영희(38) 대표는 "아들이 아토피가 있어 건강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설탕, 버터, 계란, 우유를 뺀 빵도 주문을 받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웰빙(Well-being)' 바람을 타고 쌀로 만든 식·제품이 뜨고 있다. 일반 쌀에 기능성 물질을 첨가한 기능성 쌀의 시장 규모는 약 150억 원대. 현재 시판되고 있는 기능성 쌀에는 소당미(혈당 관리에 도움을 주는 쌀), 식이섬유 강화쌀, 발아 현미, 클로렐라 쌀, 녹차 쌀, 칼슘 쌀, 해초 쌀 등이 있다. 이런 기능성 쌀들은 몸에 좋은 영양소들을 쌀 표면에 코팅시켜 내놓은 제품들이다.
쌀을 원료로 만든 제품들도 인기를 얻고 있다. 요즘 뜨는 쌀 화장품은 쌀겨, 배아 등에서 영양 공급, 보습, 자외선 차단, 미백 성분 등을 추출해 클렌징, 로션, 샴푸, 린스, 비누 등으로 만들어낸 저자극성 화장품들. 천연화장품 전문점 '더페이스샵'(대구시 중구 동성로 2가) 담당자는 "몸에 좋은 쌀로 만든 비누, 스킨, 로션 등을 찾는 여성들이 많다"고 했다.
CJ, 애경산업 등도 쌀겨, 쌀 추출물 등을 이용한 비누, 샴푸, 린스, 클렌징 제품들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클렌징 폼에는 천연 쌀가루가 들어있다"며 "쌀눈은 피부 미백, 재생 효과 등이 있어 옛날에 여성들이 쌀뜨물로 세안을 한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밀가루, 옥수수 가루 등에 의존해 온 제과업계에서도 쌀 식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농심의 조청유과와 콩고물, 기린의 쌀로별·랑·본·풍 시리즈 등 쌀 가공식품은 스낵과 누룽지, 음료 등에서 한 차원 넘어 아이스크림으로까지 다양화되고 있다. 소재도 친환경·유기농 쌀과 흑미, 잡곡 혼합제품 등 기능성 제품으로 날로 확대되는 추세다.
김영수기자 stel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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