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Kimchi'

된장을 살짝 푼 구수한 배춧국, 짭짤한 간장 게장, 매콤달콤한 깻잎장아찌, 따끈한 밥 위에 척 걸쳐 먹는 잘 익은 굴젓…. 세칭 '밥 도둑'이라 불리는 반찬들이다. 너무 맛이 있어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게 되는 것들. 다른 반찬 없어도 '그것' 하나만 있으면 밥 한 그릇 뚝딱 비우고도 숟가락을 들었다 놓았다 갈등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우리에게 '밥 도둑들'의 '우두머리'가 김치라는 데는 별 이론이 없을 것이다. 우리 대다수는 한마디로 김치 중독자다. 한 끼도 김치가 없으면 밥이 술술 넘어가지 않는다. 제아무리 산해진미라도 김치가 없으면 '앙꼬 없는 찐빵'이다. 젓갈 냄새 퐁퐁 나는 빨간 김치 두어 조각으로 마무리를 해야만 속이 개운해진다.

○…독특한 미각과 풍부한 영양, 게다가 세계적인 웰빙 열풍으로 김치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지독한 마늘 냄새' '썩은 생선에 배추를 버무린 얄궂은 음식' 따위로 여겨 김치를 우습게 알던 외국인들의 태도가 크게 달라졌다. 코를 싸매며 손을 내젓던 그들 중 김치맛에 반해 가랑비에 옷 젖듯 김치 애호파로 변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김치 비슷한 일본의 '츠케모노'나 중국의 '파오차이(泡菜)' 따위와는 천양지차의 맛이다. 요즘 아시아'이집트'남미 등의 '한류' 열풍의 원조도 김치다.

○…김치는 우여곡절도 많이 겪었다. 김치의 우수성을 일찍 간파한 일본은 짝퉁 김치인 '기무치'로 해외 공략에 나섰다. 2001년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서 '기무치'를 등재시키려 했지만 '김치'에 판정패당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산 김치의 무차별 공격 속에 결국 '기생충알 김치' 사건이 일파만파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치의 영문 표기인 'Kimchi'가 드디어 2007년부터 니스국제상품 분류 목록에 등재된다는 기쁜 소식이 들린다. 지난 14일 폐막된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20차 니스분류전문가회의가 김치를 신상품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 1957년 발효된 니스협약에 의해 세계 75개 회원국이 등재된 상품명을 받아들여 상표등록을 해주는 상품 분류이다. 이 참에 '불고기' '비빔밥' '잡채' 등도 국제 상품 명칭을 얻도록 서둘러야 한다. 더 이상 '인삼'이 일본식의 '진셍(Jinseng)'으로 불리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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