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포스텍에도 치어리더 있어요"

공부벌레들이 모인 곳으로 알려진 포스텍에 치어리더가 있다면 믿어질까?

있다. 24명의 남녀 학생들로 구성된 치어로(Cheero)가 포스텍을 대표하는 응원단이다. 굵은 뿔테 안경에 책만 끼고 살 것같은 포스텍 학생들이 짧은 미니스커트의 응원복을 입고 화려한 율동을 펼치는 모습은 '범생이'의 이미지를 날려버리고도 남는다.

치어로는 지난 2002년 월드컵의 응원열기를 온몸으로 느낀 일부 학생들이 주축이 돼 비공식적인 모임을 가져오다 이듬해인 2003년 포스텍과 카이스트간 교류전을 계기로 학교를 대표하는 응원단으로 발족했다.

응원단으로 유명한 연·고대 수준은 아니지만 짧은 역사에 비해 단원들의 노력과 애정만큼은 어느 학교보다 좋다고 자부하고 있다. 빡빡한 학업일정 때문에 자주 연습할 기회는 없지만 그래도 방학때는 2주간 합숙 훈련을 할 만큼 적극적이다. 특히 국내 이공계를 대표하는 포스텍과 카이스트의 정기교류전을 앞두고는 코피를 쏟을 정도로 연습에 열중한다. 양교간 자존심이 걸린 시합인 만큼 응원을 통해 상대 학교의 기를 꺾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아 붓는다는 것.

재밌는 사실은 응원단이 없었던 카이스트가 치어로의 등장에 경악, 곧바로 올해 응원단을 창단한 것. 카이스트는 응원단 창단을 위해 포스텍에 자문을 구하는 등 자존심을 구겨야 했다는 후문이다.

치어로가 학교 명예를 위해 뛰는 만큼 학교측이 적극 후원해줘 다른 동아리로부터 부러운 질투를 받기도 한다. 치어로 단원들은 또 포스텍 구성원들을 응원으로 하나로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커다란 자부심을 갖고 있다. 재학생들도 치어로의 할약에 상당히 고무돼 있다.

창단멤버인 기계공학과 4년 김자영(24·여)씨는 "대학때 해보지 않으면 못해볼 것 같아서 용기를 내 응원단에 들어갔다"면서 "이젠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 치어로를 통해 학창시절의 좋은 추억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치어로 김성철(21·컴퓨터공 2) 회장은 "포스텍 학생들은 공부만 한다는 편견을 이제는 버려달라"면서 "공부할 때는 공부하고 놀 때는 신나게 놀 줄 아는 학생이 진정한 포스텍인이다"고 말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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