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통사 횡포, 업주도 못견뎌

영화관·레스토랑 등과 '문어발'식 제휴서비스 해놓고…

대구시내 일부 영화관과 패밀리 레스토랑, 커피숍 업주들도 SK텔레콤 등 이동통신사들과 맺은 가격할인 제휴서비스가 갈수록 부담만 가중시킨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어 동네 빵집들의 SK텔레콤 법적 제재 요구에 대한 결정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휴 업자들 중에는 늘어나는 부담을 견디지 못해 이동통신사들과의 제휴서비스를 폐지하는 업체들이 최근 들어 줄을 잇고 있다.대구시내 한 영화관은 지난 7월부터 SK텔레콤과 제휴서비스를 끝냈다. 처음 제휴를 맺을 때는 SK텔레콤 측이 100% 부담하는 조건으로 가격할인 서비스를 실시했지만 점점 자신들의 영향력이 커지자 극장 쪽 부담을 늘려 절반씩 부담키로 해 왔다는 것.

이 영화관 관계자는 "해가 갈수록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해 와 결국 중지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지난 6월 SK텔레콤과의 제휴서비스를 중단한 또 다른 영화관도 비슷한 사정. 처음 약속과는 달리 해마다 늘어나는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관계를 끊게 됐다는 것.

패밀리 레스토랑인 한 업체도 지난 7월부터 SK텔레콤 멤버십 서비스를 중단했다. 업체 관계자는 "제휴 관계가 끊어지는 바람에 고객 수가 줄지 않을까 걱정도 됐지만 해마다 횡포 수준의 요구 사항이 많아지는 등 버틸 수가 없었다"며 "지금은 SK텔레콤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다행"이라고 털어놨다.

한 외식업체 점장은 "경쟁업체에 고객을 빼앗길까봐 통신사들의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고 있지만 대기업이 막강한 영향력을 앞세워 타 업종의 중소기업을 '쥐락펴락'하는 것은 심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경북대 법학부 이봉의 교수는 "이동통신사들이 고객 서비스를 위해 타업종과 제휴, 가격 할인 마케팅을 벌이면서 할인부담을 떠넘기는 것을 불공정거래로 판단할 수 있는 현행법상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따라서 "최근 제과업체들이 SK텔레콤을 불공정거래 혐의로 공정위에 제소한 사건을 계기로 제대로 된 법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SK텔레콤 등 이동통신사들은 2000년부터 3천768만 명에 이르는 휴대전화 가입자를 무기로 영화관, 외식업체, 커피숍, 놀이공원, 제과점, 의류·신발점 등 다양한 업종과 제휴를 맺고 가격할인 서비스를 벌이는 등 이들 시장의 '큰 손'으로 군림하고 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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