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경제 KTX 덕 못 본다

KTX(경부고속철도) 개통으로 기존 철도(58%)와 항공기(15%), 승용차(14%), 고속버스(10%) 이용자들의 고속철 대체 이용이 늘고 수도권 등 다른 대도시로의 여행빈도는 증가(34%) 했지만, 지역경제의 긍정적 파급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북연구원이 최근 동대구역, 서울역, 대전역, 부산역에서 KTX 이용객 6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오히려 수도권 집중현상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체 응답자의 20%(113명)를 차지한 '다른 도시로의 소비활동을 위한 통행' 중에서는 병원이용(38%)이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전시컨벤션센터(23%), 백화점(11%), 호텔(9%), 문화시설(8%) 순으로 조사됐다. 더욱이 이들의 소비활동 목적지(동대구역 76%, 대전역 87%, 부산역 75%)는 대부분 서울로 나타났다. KTX 개통으로 의료와 전시컨벤션, 유통, 호텔 등 고급서비스 산업의 지방이탈 및 서울집중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셈이다.

또 KTX 개통으로 장밋빛 기대를 걸었던 동대구 역세권 형성 및 발전 조짐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동대구역 주변업체 181곳을 방문해 설문조사한 결과 KTX에 대한 접근성 때문에 사업장소를 정한 업체는 4곳에 불과했고, 87.2%는 지난 1년간 판매실적(또는 고객 수)이 변화가 없거나 오히려 줄어들었다고 응답했다. 게다가 전체 응답업체의 절대다수인 71%가 KTX 개통과 사업체의 향후 전망에 별다른 관련성이 없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사례를 볼 때 고속철 개통이 지역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면서 "동대구역과 대구시내 다른 지역 및 주변 도시들과의 교통, 생활, 산업 등 연계성을 바탕으로 적절한 역세권 개발전략이 종합적으로 추진돼야 비로소 KTX의 긍정적 효과가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경북연구원 이상용 연구2실장은 "KTX의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속단하기는 어렵다"면서 "그러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역세권 개발전략의 필요성이 이번 설문조사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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