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주 중앙초등 '전통놀이 수업'

사방치기·땅따먹기·말타기 놀이…"옛놀이 재미에 시간 가는줄 몰라요"

"호호호 병주야 선 밟으면 안돼" "현지야 돌을 더 힘껏 차야돼"

아이들이 손뼉을 치며 웃고 즐거워 팔짝인다. 사내 애들이 어둔한 몸짓으로 깨금질(깨끔질·한쪽 다리로 뜀뛰는 모습)을 뛸때면 여자아이들은 어김없이 깔깔댄다. 아이들은 한참이나 정신없이 놀이에 빠져 한바탕 웃고 떠들어 댄다. 이런 놀이를 하나의 수업으로 하는 학교가 있다.

28일 오후 상주시 남성동 중앙초등교 마당놀이장. 아이들은 30여년 전 엄마·아빠가 즐겼던 옛놀이에 흠뻑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이 학교는 경북도교육청의 '문화·예술 체험 시범학교'로 지난해 3월부터 전통놀이와 전통음악 등 전통문화를 통해 아이들의 바른 심성을 기르는 인성교육을 해오고 있다.

학교 곳곳에는 20~30년 전의 전통놀이 놀이장이 만들어져 있고 각종 도구와 설명서가 비치돼 있다. 또 6년 동안 놀이를 비롯해 각종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알차게 꾸며져 있다.

운동장에는 씨름장과 모래 체험장, 고누놀이장, 사방치기와 팽이치기, 통일놀이장 등의 마당놀이장이 있고 1, 2학년 교실과 복도 곳곳에는 공기놀이와 딱지치기, 산가지놀이, 풀각시놀이 등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전통놀이 도구가 있어 쉬는 시간마다 온 복도가 떠들석하다. 특히 별다른 놀이도구없이 즐길수 있는 그림자 밟기와 깃대 쓰러뜨리기, 꼬리잡기, 닭싸움하기, 돼지불알놀이, 땅따먹기, 말타기놀이, 장애체험 술래놀이 등 이름만 들어도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는 전통놀이장이 마련돼있다.

선생님과 어울려 한바탕 사방치기 놀이에 빠졌던 3학년 안유선(10·여) 양은 "민속놀이가 이렇게 재미있는지 몰랐다"며 "친구들끼리 서로서로 돕기도 하고 함께 어울릴 수 있어 시간가는 줄 모른다"고 즐거워 했다. 옆의 친구들도 덩달아 "컴퓨터 게임보다 훨씬 더 재밌다"고 입을 모은다.

언니·오빠들이 수업을 끝내고 자리를 비우면 학교를 마치고 집을 가던 1학년 아이들이 달려와 사방치기 놀이에 매달린다. 1학년 현지(8·여)와 병주(8)는 서로 앞다퉈 돌을 발등에 올려 멀리 보내고 깨금뛰기로 놀이를 즐긴다. 한 무리의 아이들은 바로 곁에 마련된 모래체험장에서 두꺼비집 놀이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3학년1반 담임인 김명자(45) 교사는 "아이들이 가장 즐거워하는 수업시간이 전통문화 체험"이라며 "전통놀이를 통해 모든 아이들이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고운심성을 갖게 되는 것 같다"며 "나중에 어른이 돼서도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주·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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