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슈 따라잡기-영화 '웰컴 투 동막골'

분단 영화 시각 어떻게 다른가

중·고교생들의 논술과 심층면접 준비에 필수적인 시사 이슈를 집중 조명하는 시사터치 지면을 이번 주부터 연재합니다. 이슈가 제기된 배경에서부터 의미와 파장, 관련 주제에 이르기까지 샅샅이 분석해 학생들이 논리적 사고력을 갖추는 밑거름을 제공할 것입니다. 예상문제에 대한 예시 답안은 매일교육 사이트(edu.imaeil.com)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이슈의 배경

2005년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웰컴 투 동막골'(이하 동막골)의 대박 성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몇 년간 분단이나 이념을 이슈로 삼은 한국영화들이 사회적 이슈를 일으키며 흥행에 성공하는 경우가 많았다. '쉬리'와 '공동경비구역 JSA'(이하 JSA), '태극기 휘날리며'(이하 태극기) 등이 그 예인데, 분단 영화의 성공신화를 '동막골'이 이은 셈이다. '동막골' 신드롬에 대해서는 분단이라는 한국적 상황을 잘 활용한 이야기와 영화적 재미를 적절히 배합한 기획의 승리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동막골은 분단이나 이념 문제를 다룬 기존의 영화와 무엇이 다르고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 '동막골'과 기존 분단 영화의 차이

'동막골'은 분단을 소재로 삼은 이전 영화들과도 조금 다른 관점을 취한다. 이 영화는 한국전쟁과 이념을 판타지로 푼 첫 번째 사례일 것이다. '쉬리', 'JSA', '태극기' 등이 무겁고 진지한 톤으로 분단을 다뤘다면 '동막골'은 '판타지'와 '코미디'라는 가벼운 코드로 그 문제에 접근한다.

'동막골'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깔고 있지만 현실 감각을 철저히 배제한 이야기다. 즉, 이 영화가 보여주려는 건 전쟁이나 이념이 아니다. 전쟁은 병풍처럼 배경으로만 존재하고 마지막 순간 주제의 환기를 위해 잠깐 등장할 뿐이다. 기존 분단 영화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이 분단 상황을 지워버리려는 의도와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판타지성에서 발견할 수 있다. 판타지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을 다룬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기 때문에 과장과 미화가 가능하다. 밖에서는 총부리를 겨눈 전쟁이 한창인데 강원도 두메산골 정체 모를 마을에 모인 국군과 인민군, 불시착한 연합군 전투기 조종사는 마을 사람들과 어우러져 이념의 해방구를 만든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허구적이다.

'동막골'은 현실 공간을 자유로운 상상이 가능한 판타지 공간으로 전복시킴으로써 역사적 시공간을 유희의 장으로 만든 것이다. 거기에는 분단 이데올로기가 만든 골 깊은 대립과 상처를 '판타지'라는 예술적 형식으로 어루만지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 흥행 코드에 담긴 대중적 무의식

흥행에 성공한 분단 영화에는 대중의 환대를 받을 만한 요소들이 담겨있다. 먼저 그것은 정면에서 분단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쉬리', 'JSA', '태극기', '동막골'은 모두 역사적 시각으로 그것에 접근하기보다 다분히 사적이고 인본주의적인 태도를 취한다. 여기에는 영화 소비를 주도하는 계층의 대부분이 전쟁을 체험하지 못한 전후 세대들이라는 점도 한몫을 했다. 전쟁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 분단은 피부로 절감할 수 있는 긴요한 문제가 아니다. 분단 영화들이 남녀 간의 사랑(쉬리)이나 우정(JSA), 가족애(태극기) 등 정서적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 코드를 끌어들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 영화는 분단이라는 다소 멀게 느껴질 수 있는 이슈를 사랑과 우정, 가족애 등 보편적 이야기로 포장함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한다. '동막골'에서 이런 기능을 하는 것은 '이념의 차이를 넘어 선의를 가진 모든 인류는 하나'라는 사해동포주의다. 남한군도 북한군도 연합군도 촌사람도 도시사람도 모두 화합해야 할 친구이며 똑같은 사람이라는 의식이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것은 분단 영화가 대중들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었던 이유는 '사회적 금기에 대한 위반의식' 때문이라는 점이다. 반공 이데올로기의 위협 탓에 금기시됐던 생각들을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가 한국영화계에도 생긴 것이다. 정치, 사회적 이유로 오랜 기간 이념적 억류 상태에 있던 한국인들의 의식은 이 같은 위반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얻는다. 동막골 폭격을 결정하는 연합군 본부의 반인륜적인 처사를 보여주는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드러나듯 '동막골'에는 또 다른 금기였던 반미적 색채도 있다. CNN이 '동막골' 신드롬을 취재해 간 이유도 '한국인들이 반미 영화에 열광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근년 들어 미국에 대한 반감을 노골화하고 있는 국민 정서도 관객들이 이 영화에 열광하는데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 휴머니즘은 이념의 골을 메우는가

'동막골'은 분단과 이념의 대립이라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판타지와 코미디라는 '보편적'인 코드로 풀어내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충족시켰다. 영화는 분단이라는 민족적 이슈의 해결책보다 휴머니즘의 복원을 부르짖는다. 일각에서는 '동막골' 같은 영화가 담고 있는 역사에 대한 허구적 접근이 역사에 대한 시각 자체를 왜곡시킬 수 있음을 우려한다. 객관적 사실로 존재해야 할 역사를 '극적 허구' 또는 '판타지'의 틀 속에 가둠으로써 역사의식의 형성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국가 정책이나 학자의 논설에 어울릴지 몰라도 예술 작품에 들이댈 만한 비판의 요지는 아니다. '동막골'을 위시해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가 관객들의 열광적인 지지를 받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시대의 무의식을 암묵적으로 반영하는 거울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분단 영화는 이념 대립과 갈등이라는 정치적 이슈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그것은 인간이 인간을 미워하고 해하려는 마음이 어디서오고 어떤 비극적 결과를 초래하는가를, 한국이라는 나라가 처한 '분단'이라는 특수 상황을 통해 보여준다. 분단과 대립은 남북 관계뿐 아니라 한국 사회 곳곳에 상존하는 위협이다. 첨예한 대립과 분열의 시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이 영화가 허구적으로 가공된 과거의 이야기로만 보이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

사해동포주의(四海同胞主義)

인류 전체를 하나의 세계 시민으로 보는 입장이다. 코스모폴리터니즘(cosmopilitanism)의 번역어로 세계시민주의, 세계주의, 박애주의 등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하나'에는 구분도 없고, 차이도 없고, 차별도 없다. 사해동포주의는 그렇기 때문에 '이상적'이라 할 수 있다. 사해동포주의가 가지는 이러한 이상적인 성격은 사해동포주의를 표방하는 '동막골'이 가지는 현실적인 한계를 시사해준다고 할 수도 있다.

*기존 분단 영화에 대한 '동막골'의 특징적 차이를 설명해 보시오.

*'동막골'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말해 보시오.

*'동막골' 같은 분단영화가 우리에게 던져 주는 사회적 의미에 대해 말해 보시오.

*바람직한 한미 관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말해 보시오.

제공 : 송원학원·이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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