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의 대학 입시에는 독서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당장 눈앞의 시험과 점수에 마음이 바쁜 학생들이 책을 들 여유를 찾기란 쉽지 않은 일. 따라서 자투리 시간을 얼마나 잘 활용해 제대로 된 읽을거리를 골라 읽느냐에 승패가 좌우될 수 있다.
대구 대곡고(달서구 도원동)에서는 '아침마다 좋은 글' 활동을 통해 독서·논술교육을 실시, 학생들이 아침 자투리 시간을 100%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할 지 모르는 학생들을 위해 교사들이 신문에서 읽을거리를 골라 복사해주고, 추가 정보를 강의하기도 한다. 몇 줄의 글로 간단하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두는 것은 학생의 몫이다.
△아침을 여는 '아침마다 좋은 글'
대곡고에는 등굣길, 제일 먼저 학생들을 맞아주는 교사가 있다. 매일 아침 현관에서 '아침마다 좋은 글' 복사물을 나눠주는 문웅렬 교사가 바로 그 주인공. 문 교사는 대곡고에서 가장 일찍 출근하는 교사다. 동료 교사들과 함께 '읽을거리 선정위원회'에서 발췌해 놓은 신문의 칼럼이나 기사를 오려 스캔한 뒤 600장을 복사하고, 매일 아침 현관에서 학생들과 눈을 맞추며 한 장 한 장 나눠준다. 새벽같이 출근하는 일이 힘들기는 하지만 '고맙습니다' 하며 인사를 건네는 학생들을 볼 때면 피로가 싹 달아난다.
문 교사는 "앞으로 강화될 논술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좀 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독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아침마다 좋은 글' 활동을 고안하게 됐다"고 했다.
아침마다 현관에서 학생들에게 한 장씩 직접 나눠주는 일도 문 교사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아침마다 좋은 글을 복사해 나눠주는 것은 학생들의 독서·논술을 돕기 위한 방편이지 강제로 공부를 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며 "원하는 학생만 참여할 수 있도록 매일 아침 현관에서 나눠주고 있다"고 했다.
△논술 준비로 만점이죠
'아침마다 좋은 글'은 전교생 1천300여 명 중 매일 평균 600명이 애독하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간편하게 읽을 수 있는 짧은 분량의 글을 통해 상식을 쌓고, 댓글로 자신의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기회까지 주어지니 금상첨화"라고 학생들은 말했다.
최근 학생들에게 가장 인기 있었던 주제는 매주 수요일마다 연재 중인 '일본의 역사 왜곡' 시리즈. 학생들은 일본의 역사 왜곡에 대해 상식을 쌓은 뒤 뒷면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두는 것은 물론 학교 국어과 교사들이 운영하는 홈페이지에서 댓글달기를 통해 활발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영기(1년) 학생은 "처음에는 귀찮다는 생각에 안 읽고 버려두는 날도 많았지만 논술문을 직접 작성해 보니 아침에 읽었던 몇 편의 글들이 많은 도움이 됐다"며 "지금은 아침마다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몇 줄이라도 내 생각을 정리해 뒷면에 적어두고 있다"고 했다.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81%의 학생들이 만족스럽다고 답했을 정도로 압도적인 지지를 얻기도 했다.
△신문읽기로 다양한 상식 쌓기
'아침마다 좋은 글'을 제작하는데 가장 중요한 '읽을거리 선정위원회'에는 모두 9명의 교사가 참여한다. 교과마다 1명의 교사가 참여해 일간지의 칼럼이나 외부기고문 등을 꼼꼼히 살핀 뒤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글들을 골라내는 것. 독서 편식을 막고 앞으로 있을 대입 논술고사와 심층면접에 대비하기 위해 인문, 사회, 역사, 문학, 과학, 생명, 예술, 기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의 주제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골라낸 읽을거리는 신문을 스캔해 파일로 만들어 다시 복사물을 제작한다. 복잡하고 번거로운 일이지만 문 교사는 "이렇게 해야만 학생들에게 신문 읽는 느낌을 그대로 전달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신문에서 읽을거리를 발췌하다 보니 학생들의 수준에 이해하기 다소 어려운 글들이 있을 뿐 아니라 형식과 내용에 제한이 있다는 것이 해결해야 할 과제. 이에 대해 문 교사는 "일단 학생들이 신문을 읽는데 친숙해지고 시사에 대한 감각을 가지게 됐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좀 더 세심한 읽을거리 선정을 통해 학생들이 쉽게 논술에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글·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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