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들끓는 農産物도둑, 경찰 더 뛰어야

해마다 수확철이면 활개 치는 농산물 도둑이 올 해도 전국 곳곳에서 날뛰고 있다는 소식이다. 올해는 특히 중국산 김치 파동으로 배추'무'김장용 양념류가 도둑의 표적이라고 한다. 산지의 배추 한 포기 값이 지난해에 비해 3배가 넘어서면서 여기저기 도둑이 설친다는 것이다. 심지어 주말농장에 가꾸어 놓은 채마밭까지 손을 대고 있다니 농작물 도둑이 꼭 전문털이만 돌아다니는 게 아닌 모양이다. 사태가 이쯤에 이르자 농촌 마을마다 배추 지키기에 초비상이다. 어떤 지역에서는 외지 차량이 보일 경우 반드시 번호를 기록하도록 해, 마을의 구멍가게'경로당'마을회관 주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있다고 한다. 슬픈 얘기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농촌의 우울한 소식이다 보니 별 관심거리도 아닌 것처럼 여겨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밤새 도둑이 쓸고 간 밭뙈기나 텅 빈 곳간을 발견한 농민 입장에 한번 서 보라. 이보다 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있겠는가. 일년 내내 등골이 빠지도록 피땀 흘려 가꾼 농작물이 감쪽같이 사라진 아침에는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 딱 맞을 것이다. 세상의 어떤 도둑도 이보다 더 악질일 수 없다는 농민들의 절규에는 피멍이 맺혀 있다.

지금 농촌은 노인들이 매일 밤을 새며 농작물을 지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설사 도둑을 발견해도 제대로 힘을 쓰기 어려운 것 아닌가. 경찰이 뛰는 수밖에 없다. 농촌을 끼고 있는 경찰서는 지역 특성에 맞는 순찰선과 감시망을 구축하고 곳곳에서 경찰관이 출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실례로 풍기 인삼밭에 들끓던 도둑이 2년 전 도로 주요 지점에 방범용 CCTV를 24시간 가동한 이후 완전히 사라졌다는 보고가 있다. 경찰은 관할 지역이 넓고 인력이 부족한 고충을 늘어놓기에 앞서 농민의 타는 애간장을 헤아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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