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나타나는 불청객이다. 평소 운동으로 단련된 스포츠 동호인들이라고해서 감기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일수록 다른 사람보다 감기를 더 자주 하는 경우도 있다.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면역기능이 좋아져 감기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것은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된 사실이다. 몇 년 전 미국의 한 대학에서는 신체활동과 감기에 걸린 횟수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평균 나이 48세의 건강한 성인 남여 547명을 12개월간 관찰한 결과 신체활동을 많이 하는 사람은 1년에 한 차례만 감기에 걸렸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사람들이 감기에 걸릴 위험은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무려 23%나 낮았다.
그렇다고 해서 운동을 강하게 자주 할수록 이와 비례해 면역기능도 좋아지는 것일까? 고강도의 운동을 매일 해야하는 선수들이 일반인에 비해 강한 면역력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선수들은 시합 중이나 훈련 중에 감기에 걸릴 확률이 더 높다.
마라톤처럼 한계에 도전하는 운동을 하면 평소보다 훨씬 더 감기에 잘 걸리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미국 쿠퍼 에어로빅 연구소는 지난 1987년 LA 마라톤 참가자 2천300여 명의 건강 상태를 조사했다. 놀랍게도 대회 참가 1주일 후 7명 중 한 명 꼴로 앓아 누웠다.
왜 적당한 운동을 하면 면역기능이 좋아지고, 과도하게 운동을 하면 면역기능이 떨어질까? 우리 몸에 적당한 자극을 줄 경우 인체의 각 기관이 이러한 자극을 이겨내면서 저항력을 키워나간다. 하지만 몸이 이겨내지 못할 만큼 운동이 과도하면 저항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심한 운동을 한 직후에는 피부, 코 점막, 폐, 혈액, 근육과 같은 면역기능과 신체 기능이 급격히 손상된다. 적당한 강도의 운동을 했을 때와 달리 심한 운동을 하면 최소 3시간에서 최대 72시간까지 면역 기능이 손상된 상태가 된다. 병원균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주는 '면역의 창문'이 열리게 되고 우리 몸은 무장 해제되는 셈.
열린 창문을 통해서 바이러스나 박테리아는 아무 저항 없이 들어와 우리 몸 안에 둥지를 틀게 된다. 운동 면역학자들은 이를 '열린 창 이론'이라고 부른다.
보약도 지나치면 독약이 되는 것처럼 운동도 마찬가지. 미국스포츠의학회(ACSM)의 최근 보고에 따르면 90분 이상 지속되는 고강도의 운동은 면역기능의 손상을 가져온다. 나이나 건강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몸에 무리를 주지 않는 하루 30분 정도의 빠르게 걷기 운동만으로도 면역 기능은 개선될 수 있다.
이종균(운동사 닥터굿스포츠클리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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