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치파동' 일파만파…정부 '여태 뭐 했나?'

중국산 김치파동 이후 정부가 뒷짐을 지고 있다 김장철을 앞두고 느닷없이 국산김치 기생충 알 검출이라는 '극약발표'로 유해식품임을 거론, 소비자들 사이에 혼란이 가중되고 급기야 식품업계 등 피해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 탓인지 오히려 수입 김치 수요가 늘어 가격이 올라가는 기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학계에서도 정부가 지나치게 위험을 확대시키는 경향이 있다며 식품에 대해서만큼은 신중한 접근을 해야한다는 주문이다.

△정부가 불신 대상?

3일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대구·경북지역 3곳을 비롯한 모두 16곳의 국내 김치제조업체 제품에서 기생충 알이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구식약청 관계자는 "지역의 3개 업체에서 나온 기생충 알은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 확인되지 않아 '기타' 항목으로 분류됐다"며 "생산제품에 대해 회수조치를 했지만 인체 유해 여부를 확인하지 못해 향후 어떤 행정처분을 내릴지는 심의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3곳 적발업체들은 "유해성도 확인되지 않은 상황의 발표는 억울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하루 20, 30kg 소량을 만들어 가정집에 납품하는 김천의 한 업체는 "기생충을 없앨 수 있는 자동세척기를 처음부터 갖추라고 하지 않고 이제 와 거론하는 것은 억울하다"고 말했다.

더욱이 정부는 김치를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과정에서 한번도 '기생충 알'을 언급하지 않다가 중국산 김치 기생충 알 파동 이후 갑작스레 '적발을 위한 적발'에 나섰다는 비판이 업계에서는 나오고 있다. 그동안 식약청은 김치에 대해 타르색소, 대장균 등 4개 항목을 검사해 왔다.

△피해자는 누구?

대구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기생충 김치 파동도 그러하지만 중앙 및 지방정부의 식품단속이 소비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한건주의'에 흐르고 있다"며 "근본적 치유보다 '적발을 위한 적발'에 치중해 소비자 보호도 못하고 업계도 죽이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반발했다.

지난해 여름 '만두파동'도 당국의 섣부른 발표로 사태가 악화됐다. 당시 만두시장의 80% 정도가 붕괴되면서 유명 만두업체들이 도산의 길을 걸은 것.

한국소비자연맹 대구지회 정경혜 상담실장은 "이번 발표로는 김치가 문제인지, 배추가 문제인지 명확하지 않아 김치업체만 잡아놓은 인상이 짙다"며 "정말 면밀한 조사를 한 것인지 소비자들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평했다.

이런 가운데 대구의 한 중국산 김치 수입업자는 "요즘 중국산 김치 수요가 늘어나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그는 10kg 기준으로 1만3천 원 하던 중국산 김치가 최근 며칠 새 2천 원 가까이나 올랐다고 밝혔다.

대구 중구의 한 식당 업주는 "중국산 김치도 요즘은 부르는 것이 값"이라며 "이렇게 어려운 경기상황 속에서 영세 식당업주들도 김치파동에 휘말려 다 죽게 생겼다"고 울상지었다.

△어떻게 풀어야할까?

앞으로 정부의 식품관련 발표는 보다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과 김치 실명제 도입과 같은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계명대 식품가공학과 이인선(46·여) 교수는 "이번 사건이 커지는 과정을 보면 관계기관에서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즉 역학적 부분까지 조사했는지 의문"이라며 "좀 더 신중하게 발표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같은 대학의 이삼빈(45) 교수도 "두부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인 비지를 빨리 처리하면 좋은 음식 재료가 되지만 방치해 두면 부패해 쓰레기가 되는 것처럼 한 가지 일을 부풀려 전체인 양 오도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영남대 식품외식학부 한기동(39) 교수는 "음식 자체가 대량 생산에 적당치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대량생산하는 과정에서 오는 부작용"이라 지적하고 "생산자들이 음식을 하나의 상품으로만 여기는 의식이 바뀌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구 수성구청은 배추 원산지와 원재료생산지, 제조업체를 밝히는 '김치 실명제'를 전국 처음으로 시행키로 하는 등 행정기관 차원의 대책도 나오고 있다. 이창희기자 lch888@msnet.co.kr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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