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CIA 비밀수용소' 파문 확산

관련국들 WP紙 보도 부인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동유럽 일부 국가 등에 알 카에다 용의자들을 구금하는 비밀수용소를 운영해 왔다는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와 관련,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CIA 비행기록을 입증자료로 제시하고 유럽연합(EU)과 국제적십자사(ICRC)가 조사 방침을 밝히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프리소 로스캄 아빙 EU 법무·안보담당 집행위원 대변인은 이날 EU집행위원회가 비공식 조사를 개시해 전체 25개 회원국과 가입 후보국인 루마니아, 불가리아, 크로아티아, 터키에 대해 답변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빙 대변인은 만약 비밀수용소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EU 인권헌장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실무적인 수준에서 보도 내용들의 사실 여부를 가리려는 것"이라면서 집행위의 결정이 공식 조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이날 EU로부터 CIA 비밀수용소 관련 조사에 협조해 달라는 요청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숀 매코맥 국무부 대변인은 "요청이 있으면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안토넬라 노타리 ICRC 수석 대변인도 미국 정부에 보도 내용의 진위 여부를 물을 것이며 이러한 시설이 존재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현장 접근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타리 대변인은 "적십자는 '전세계 테러와의 전쟁'의 일환으로 구금된 사람들 중 행방을 알 수 없는 사람들과 숨겨진 장소에 갇혀 있는 사람들에 대해 우려한다"고 말했다. 포로처우에 관한 제네바 협약 준수 여부를 감시하는 ICRC는 미국이 관리하는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와 아프가니스탄,이라크의 수감시설들을 조사해 왔다.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이날 2001~2004년 사이의 CIA 비행기록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CIA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체포한 테러용의자들을 폴란드와 루마니아 소재 비밀수용소로 보냈다는 증거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국방정보국(DIA) 관리를 지낸 HRW의 국방분석가 마크 갈라스코는 미국에 구금됐다 석방된 테러용의자 수백 명의 증언과 CIA의 비행기록을 비교한 결과 "아프가니스탄 수감자들이 유럽 등의 시설로 옮겨졌다는 점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갈라스코는 특히 폴란드 정보기구 본부 근처에 위치한 스지마니 공항과 루마니아의 미하일 코갈니세아누 공군 비행장이 CIA 비밀수용소일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루마니아는 자국 공군 기지를 미국이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서 이용하도록 허용해 미국은 코갈니세아누 공군기지를 이용해 왔으나 루마니아 국방부는 이날 비밀수용소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는 2일 CIA가 알 카에다 핵심 테러용의자들을 수용하기 이해 4년 전부터 8개국에 비밀 수감시설을 운영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태국과 일부 구소련 국가들을 지목했다.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등 발트 연안 3국과 그루지야, 아르메니아는 이 같은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태국, 헝가리, 슬로바키아, 불가리아, 폴란드도 비밀수용소 존재를 부인했으며 체코는 미국의 수용소 건설 요청을 받고 이를 거부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미국의 테러용의자 처리방식을 노골적으로 비판해 온 많은 유럽국가들 및 미국의 이라크전을 반대했던 EU의 양대 강국 프랑스,독일과 미국 정부 간에 또다시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브뤼셀워싱턴AP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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