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율이 16년만에 줄었다고 한다. 정말일까? 그렇다. 줄어도 많이 줄었다. 통계청 '2004 혼인·이혼 통계' 자료에 이혼건수가 2년 전 16만7천 건에서 지난해 13만9천 건으로 16.6%가 줄었다. 반면 혼인건수는 31만5천 건으로 2% 늘었다. 대구·경북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 대구지법 가정지원에 따르면 협의이혼의 경우 2년전(2003.8∼2004.7) 1만4천 건에서 지난해(2004.8∼2005.7) 1만2천 건으로 14%가량 줄었다. 재판이혼 역시 2001년 5천410건을 정점으로 해마다 줄어들기 시작, 지난해 4천397건으로 집계됐다.
이혼이 줄어든 원인은 뭘까? 딱 부러진 분석은 없다. 세가지 관점에서 접근해보자.
▲사회적 분위기
"막상 이혼하려니 이혼해서 오히려 불행해진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게 돼요."
요즘 흔히들 하는 말이다. 속박으로부터 풀려나고 한껏 자유를 누릴 것 같았지만 오히려 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편견 때문에 더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친척, 친구들의 모습을 직접 보고 듣기 때문.
막상 이혼한 뒤 가정법률상담소에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후회하는 경우도 적잖다. 이들은 재혼을 해 다른 배우자를 찾았지만 오히려 더 불행해지거나 자녀양육 문제로 인해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고통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대구지부 김영자 사무국장은 "이혼 이후 냉소적인 사회분위기로 인해 더 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여성들의 피해의식도 커지고 있다"며 "이는 이혼자를 위한 사회적 인프라가 그만큼 부족하다는 반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의 지위가 높아진 것도 이혼율을 줄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가사일 등 가정안의 불평등도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이는 독립적인 생활을 요구하며 이혼 붐을 이뤘던 과거와 달리 여성들의 이혼욕구를 완화시켜주는 이유가 되고 있다.
▲경제적인 이유
대구지법 가정지원 김경대 판사는 경기가 바닥국면으로 들어서게 되면 오히려 이혼이 줄어들 수 있다고 얘기했다.
김 판사는 "아예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의 경우 기댈 곳이 없기 때문에 마지막 남은 인생의 반려자까지 놓치지 않고 싶어한다"며 "가난해서 생활이 어렵지만 같이 사는 부부도 많다"고 했다. 그는 "이혼재판을 많이 다루다보니 생긴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통계청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실제 경제적인 이유로 이혼한 경우가 지난해 14.7%로 2003년에 비해 1.7% 줄었다. 오히려 성격차이로 인한 이혼사유가 49.4%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혼해서 뭘 얻겠는가?' 갈라서려는 부부는 이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나눌 게 없다'는 결론이 났다면 자녀들을 봐서라도 같이 사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지난해 협의이혼하려다 재결합한 이모(43.여)씨는 "별거이후 생계조차 해결하기 막막했다"며 "가정법률상담소에서 상담을 하다 맘을 바꿨다"고 털어놨다.
▲제도적인 측면
협의이혼의 경우 서류상 이혼을 해도 3개월 이내에 남편이나 아내가 해당 구청에 접수를 해야만 법적으로 이혼이 성립된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생각할 기회를 준다는 의미가 있다. 실제 협의이혼을 신청한 10쌍 중 평균 2쌍은 접수절차를 밟지 않고 있다. 이번에 새로 도입될 '숙려기간' 역할을 하고 있는 셈.
올해 서울·대전지법에서 시범실시하고 있는 '숙려기간 제도'는 이혼에 앞서 냉각기간을 가지도록 해 무분별하고 충동적인 이혼을 자제하자는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런 제도적인 힘을 빌려 최근 대전지법에 이혼을 신청한 대구의 한 부부도 최근 재결합하는 분위기로 가고 있기도 하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실태조사에서 숙려기간은 3개월 정도가 적정할 것으로 나타났다.
민법개정도 이혼율을 낮추는 한 원인이다. 2008년부터 시행되는 민법엔 아이가 양부(養父)의 성(姓)을 따를 수 있게 하는 등 이혼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이혼을 생각하다가도 그때까지 잠정연기한 상태다.
전문화된 가정법률상담소, 남편폭력상담소 등을 통해 이혼 전 극적으로 맘을 바꿔 파경으로 치닫지 않는 사례도 많아졌다. 남편 정신상담, 부부 갈등 해소법 등 사회적으로 생겨난 각종 프로그램들도 이혼율을 줄이는데 간접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 : 이혼하려는 한 부부가 대구지법 가정지원에서 협의이혼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다. 정우용기자 sajahoo@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계명대에서도 울려펴진 '탄핵 반대' 목소리…"국가 존립 위기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