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투잡스족' 이중생활 살짝 엿보기

투잡스(Two Jobs)족. 구태여 본업을 그만 두나 마나 고민할 것 없이 두 가지 일을 멋지게 해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앞으로 추세는 두 가지 이상의 직업을 가져야 멀티미디어 인생을 살 수 있다는데…. 투잡스로 더욱 풍요로운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중생활(?)을 살짝 들여다보았다.

지난 2일 오후 경남 합천군 가야면 사촌리에 있는 고 손수광 화백의 집 정원.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의 자연을 배경으로 누드 사진 촬영이 한창이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누드 모델이나 사진작가 모두 보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진지한 모습이었다.

"원래 사진 모델은 안 서는데 제 사진 팜플렛을 만들려고 촬영을 하게 됐습니다."

김동현(37)씨. 화가들의 작품을 위해 누드 모델을 서는 그는 본업이 건축 일이다. 아내와 아들이 있는 가장.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시간을 내서 누드 모델 일을 병행하는 투잡스족이다.

"누드 모델은 고정적인 수입이 있는 일자리는 못 되니 제가 하고 싶어 하는 일종의 취미라고 할 수 있지요."

지난 1987년부터 전문 누드 모델로 활동했던 그는 잠시 평범한 생활인으로 돌아갔지만 미련을 버리지 못해 누드 모델을 계속 서고 있다고 한다.

"약간 내성적인 편인데 누드 모델로 동작을 취하면서 내면의 세계를 표출해 낼 수 있어 마음이 즐겁고 편안합니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과 생각이 일치하는 작업을 할 때 만족감이 크다는 그는 주로 개인 작업보다는 8∼10명 정도 화가들이 단체로 그림을 그릴 때 모델을 서는 일이 많다고 했다.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도록 동작을 취하려면 평소 생활할 때보다 3배 정도 더 많은 근육을 써야 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가 많은 일입니다. 1시간 정도 고정 포즈를 취하는 일보다 5, 10초 등 간격으로 계속 포즈를 바꿔야 하는 크로키 작업을 할 때가 더 힘들지요."

그는 몸의 유연성을 높이기 위해 스트레칭을 주로 하지만 특별히 몸 관리하는 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술을 많이 마시지 않고 육류를 거의 안 먹어 보기 좋은 체격을 유지하는 모양이다.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은 못 느낄 겁니다. 평소에는 사회현상에 맞춰야 하는 객체가 될 수밖에 없는 제 자신이 모델을 설 때는 주체가 될 수 있으니 매력적인 일이지요."

"원, 투, 쓰리, 포, 고우∼!"

지난 1일 오전 롯데백화점 상인점 문화센터 다목적홀. 30∼50대 여성들이 신나는 음악에 맞춰 재즈·나이트 댄스 강습을 받으며 몸을 흔들고 있었다.

"아지매, 이모. 잘 해요."

흥겹게 춤을 가르치는 강사 장수안(28)씨. 프로 춤꾼의 모습으로 아줌마들에게도 '춤짱'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불어넣어 주고 있는 그녀는 사실 스튜디오에서 웨딩 사진을 찍는 일이 본업이다.

"원래 춤을 좋아했어요. 취미로 재즈 댄스를 배우다가 강사로 뛰게 됐네요."

3인조 여성 댄스팀 '추장' 리더로 중국 공연까지 간 그녀는 웨딩 사진 촬영이나 춤추는 일 어느 한 가지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밤 9시에 웨딩 촬영 일을 끝내고 1시간 30분 정도 춤 연습을 해요. 사진 못지 않게 춤도 감각이 중요하니까 새로 춤 동작이 나올 때마다 몸에 익혀야 되죠."

처음에는 온몸이 뻣뻣하게 굳은 '몸치'여서 다리를 완전히 벌리는데 1년이 걸렸다고 말하는 그녀는 재즈 댄스는 춤의 기본으로 전신 스트레칭에 좋다고 했다.

"한 가지 일을 할 때는 한 가지밖에 몰랐는데 두 가지 일을 하니 시각이 넓어지고 자신의 가능성과 자신감이 커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두 가지 인생을 살려면 단순한 동경만으로는 안 되지요. 자기 것으로 만들겠다는 욕심과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니까요."

100㎏이 넘는 신부의 아름다운 사진을 만들기 위해 근무시간이 지난 밤 12시까지 촬영하는 일도 마다 않는 그녀는 "춤을 추고 안무까지 하다 보니 연출력이 생겨 사진 촬영에도 응용을 많이 하게 된다"며 "모든 길은 통한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김영수기자 stella@msnet.co.kr

사진 : 재즈·나이트 댄스 강습을 하고 있는 장수안씨.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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