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골목의 '어깨'들은 양아치라는 말을 죽기보다 싫어한다. 무심코 양아치 어쩌구 했다가는 그 즉시 험한 꼴을 면하기 어려울 게다. 자신들은 어디까지나 건달이라며 으쓱대고 또 그렇게 불러주어야 인상을 푼다. 약한 상대만 골라 푼돈이나 뜯고 날라리처럼 촐싹거리는 양아치와는 번지수가 한참 다르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조폭들은 양아치와의 차별화를 내세우며 '건달다운' 행동거지에 신경을 쓴다. 둘 다 주먹 하나 믿는 껄렁한 인생이란 점에서 보면 오십보백보인데 말이다.
○…건달은 본래 불교 용어 건달바에서 유래했다. 수미산 남쪽의 금강굴에 살면서 향만 먹고 하늘을 나는 음악의 신이었다. 그게 인도에서는 예능계에 종사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로 바뀌었고, 우리나라에 건너와서도 그런 뜻으로 행세했다. 그러다 예인을 천시하는 풍토에서 건달바가 건달로 변질했다. 그런 깊은 뜻을 알기에 '어깨 세계'에서는 스스로를 '건달의 반열'에 걸쳐놓으려고 기를 쓰는 모양이다.
점에서 보면 오십보백보인데 말이다.
○…한때 조폭 신드롬이라 할 정도로 건달세계를 그린 영화나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 '친구' '넘버 3' '달마야 놀자' '야인시대' 따위며, 일반 TV드라마에도 양념 삼아 '건달 장면'이 등장하곤 한다. 외국에도 있다. 인기 뮤지컬인 '아가씨와 건달들' '시카고' '카바레'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그리스' 등에는 이런저런 건달이 관객의 재미를 돋운다.
점에서 보면 오십보백보인데 말이다.
○…1970년대 대표적 진보 지식인인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가 현 정부를 건달에 비유했다. 안 교수는 시사웹진 '뉴라이트'와의 인터뷰에서 "국내는 물론 국제 정치에서 아무 하는 일이 없는 건달 정부"라고 현 정권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안 교수는 "아직 우리나라는 해외파 엘리트를 공급받아야 하는 게 현실"이라며 "현 정부의 주류는 과거 민주화 운동을 했던 세력이고, 유학파라고 해봐야 이류, 삼류들 뿐"이라고 비판했다.
점에서 보면 오십보백보인데 말이다.
○…안 교수는 또 "청와대 누군가가 보여준 정책 로드맵은 전부 메모 쪼가리 뿐이더라"며 "안하는 것 없이 일만 벌여 놓으니 체계가 잡힐 리가 있겠는가, 아이디어의 쓰레기통에 불과하다"고 독설을 쏟았다. 이런 안 교수의 일갈에 정부 사람들은 어떤 표정일까. 한물간 노 교수의 험구로 치부하고 말까, 아니면 고언으로 새겨들을까. 건달은 '아무 가진 것도 없이 난봉을 부리고 돌아다니는 사람'이라는 게 사전의 정의다.
김성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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