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방폐장)의 경주 유치 확정 이후 동해안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매일신문사는 이와 관련, 지난 4일 오후 경주 현대호텔에서 이의근 경북도지사, 백상승 경주시장, 홍철 대구경북연구원장, 황병준 한국수력원자력 전무를 초청해 '방폐장 유치 이후 동해안 발전전략 간담회'를 마련했다.
■사회=방폐장 유치 의의는.
△백상승 경주시장=무엇보다 경주시민들의 마음의 상처가 치유됐다는데 의미가 있다. 그동안 태권도공원 등 경주시가 추진한 국책사업은 모두 정치적인 이유로 실패했다. 또 경주는 문화유산이 많아도 규제만 당했지 대책·보상 없이 반세기 넘게 살아오면서 침체됐다. 다행히 이젠 뭔가 활기가 돌 것 같은 기대가 높아졌다. 방폐장 유치로 인구도 늘고 경제도 잘 돌아갈 것 같다. 희망과 목표가 생긴 시민 표정을 보면 정말 큰일을 해낸 것 같다.
△이의근 지사=우선 19년 동안이나 끌어오던 정부의 고민거리가 제대로 해결됐다. 찬성률이 조금 높다는 이유로 원전이 없는 지역으로 방폐장이 갔더라면 큰 문제가 됐을 것이다.
둘째, 국토발전축이 지난 10년 동안 서남해안에 집중되면서 동해안은 소외됐다. 이번 방폐장 유치로 동해안 발전이 탄력을 받게 됐다. 울진·경주의 원전과 영덕 풍력발전단지, 포항 방사광가속기 등 에너지산업이 집적화, 클러스터화되면 연관기업들도 동해안으로 올 수밖에 없다. 또 숙원사업인 7번 국도 확장, 중부선 철도 완공, 동서고속도로 건설도 빨라져 자연스럽게 국가의 균형발전이 이뤄질 것이다.
셋째, 각종 국책사업에서 실패를 맛봤던 지역민들의 자부심이 높아진 것은 큰 힘이 된다. 해보자는 의욕이 생기면서 대기업을 유치하는 기업도시 추진도 가능할 것이다. 결국 대구·경북 전체를 신산업화하는데 촉매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홍철 원장=역사적으로 본다면 신라 통일(서기 676년) 이후 처음으로 신라의 후예인 경주시민들이 시민 힘으로 역사적인 결정을 내렸다. 사실 국가발전이 서해안 중심으로 옮겨가면서 영남지역은 중심이 없어 힘이 빠지고 미래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해야했다. 방폐장 유치는 영남, 특히 대구·경북지역에 있어 새로운 힘의 점화점이 될 것이고 남북통일시대까지 이어질 것이다.
△황병준 전무=에너지면에서 접근하면 원자력이 경제발전에서 갖는 중요성은 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나라는 세계 원자력발전 6대 강국이지만 원자력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31개 원전국 가운데 유일하게 방폐장이 없었다. 하지만 이젠 건설에서 발전, 폐기물처리까지 시스템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아울러 경주의 방폐장 유치는 원전주변지역에 방폐장이 들어서는 세계적 추세와도 맞는다.
사회적 측면으로 보면 헌정 사상 최초로 국민참여적 의사결정이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경주시민이 보여준 높은 찬성률은 높은 민주의식을 보여준 것이고 앞으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사회 내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모범을 제시한 것이다.
■사회=유치 이후 발전계획은.
△백 시장=경주의 자산이라면 문화관광산업이겠지만 근래에는 침체돼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했다. 그래서 현재 추진 중인 '세계무림촌' 건설 등 스포츠도시로의 부상을 계획해왔다. 방폐장 유치 성공 이후 한국수력원자력 홍보관 등이 들어서겠지만 그 자체가 관광명소화하도록 해야 한다. 역사문화관광과 에너지관광이 접목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 지사=산업차원에서는 울진 해양연구단지, 영덕 풍력·태양광 단지, 포항 방사광가속기, 경주 양성자가속기·방폐장·한수원 본사 이전 등 환경에너지산업클러스터 형성을 서두르고 경북지역 동해안 300km를 따라 문화산업관광벨트화할 것이다. 경북은 SOC사업이 특히 낙후돼 있다. 동해중부선만 해도 민선초기인 1990년대 중반부터 추진했지만 이제서야 매듭을 짓고 있다. 철도가 연결되면 포항에서 출발한 철의 실크로드가 이뤄진다. 금강산도 기차를 타고 편안히 갈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포항신항만건설도 빨리 완성돼야 하고 동서간 고속도로, 동해안 고속도로도 시급하다. 내륙쪽으로는 대구를 중심으로 영천·경산·칠곡까지 기계자동차부품산업 벨트를 형성하고 국토 동남권 허브공항 건설을 추진해 도내 전체가 균형발전되도록 노력하겠다.
△황 전무=모든 추진 일정은 정부의 인허가 후에 이뤄진다. 특별법이 예정구역 지정고시 이후 발효되는 만큼 예정구역 지정고시를 서둘러야 하고 환경부, 산업자원부 등 관련 정부부처와 연내 환경영향평가 등이 이뤄지도록 추진하겠다. 한수원은 본사 실장급을 반장으로 하는 건설준비반을 7일 투입하고 내년 초에는 건설사무소 인력 140~150명 정도를 경주에 배치해 부지매입에 들어갈 방침이다. 환경영향평가 이후에는 실시계획과 본사 이전준비팀이 추진될 것이다. 각종 절차의 조속한 마무리를 위해선 지자체와 협조가 중요하다.
△홍 원장=지역에 대한 새로운 발전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오는 2011년이면 경주도 고속철이 다닌다. 서울에서 1시간 30분이면 올 수 있다. 접근성이 개선되면 경주 일대는 완전 탈바꿈하게 된다. 유치지원금 3천억 원을 생산적 차원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심사숙고해야 한다.
■사회=경제적 파급효과와 주민들에 대한 직접적인 효과는.
△이 지사=개개인이 받을 이득은 분석이 어렵다. 그러나 방폐장·양성자가속기 건설 인력과 장비가 동원되면 지역에는 고용창출, 인구증가 등 여러가지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한수원 본사나 방폐장, 양성자가속기와 관련된 최고급 인력이 들어오면 경주의 인적 구성도 달라질 것이고 이들을 위한 새로운 문화환경산업이 형성될 것이다. 경주 인근 지역의 우수한 연구인력을 활용한다면 경주-포항-영천-울산을 아우르는 에너지 R&D특구 형성도 가능할 것이다. 농민들의 염려도 크지만 영광굴비, 울진·영덕 대게에서 보듯 경제적 손실은 없을 것이다. 경북도 차원에서도 친환경농업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고 경주시도 방폐장 유치에 따른 3천억 원 가운데 일부는 농민지원에 쓸 것이다.
△백 시장=가장 희망적인 것은 인구증가로 인한 구매력 증가이다. 교육적 측면에서는 우수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기관이 들어설 것으로 기대한다. 한수원에서도 신월성원전 건설과 함께 특목고를 설립해줬으면 한다.
△홍 원장=파급효과가 얼마일지 예측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다. 잘만 하면 100조 원도 될 수 있다. 중국 소주는 유명한 역사문화도시지만 싱가포르가 투자한 첨단과학단지로 큰 성공을 거뒀다. 경주도 앞으로 그렇게 나가야 한다. 사실 경주는 어디나 30분이면 갈 수 있어 양성자가속기 위치도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인근 지자체와의 네트워크화가 큰 차이를 불러올 것이다. 시야를 넓혀 21세기 발전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경주 인근인 울산도 대규모 에너지도시이지만 R&D기능이 약해 더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경주뿐 아니라 대구·울산 등 인근 광역단체가 모두 힘을 합쳐야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는 만큼 지혜를 발휘하자.
■사회=양성자가속기의 입지와 한수원의 이전문제는.
△이 지사=도지사, 경주시장, 양성자가속기사업단장이 협의, 결정해야 하는데 이미 유치지역에 양성자가속기를 건립하는 안을 약속했다. 그러나 포항에 있는 방사광가속기와 높은 관련성이 있어 가능하면 경주시내 가운데 포항쪽으로 배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백 시장=양성자가속기 입지에 대해서는 도지사가 이미 약속했으므로 경주시내 건립이 기정사실화돼 있다. 앞으로 공청회를 열어 연관산업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치밀하게 검토하겠다.
△황 전무=한수원 본사 이전은 내년에 토지를 매입하고 본사 이전계획을 확정발표한다. 실시계획 승인이 나면 3년 이내 본사가 이전한다. 본사 장소는 지자체와 협의가 필요하다.
■사회=인근 시·군과의 장기적인 공동발전계획은.
△백 시장=관련산업이 어떤 파급효과를 갖느냐에 따라 관계가 정립될 것이다. 이 문제는 전문용역기관에 의뢰해 검토할 생각이다. 경주시의 원전담당부서를 과 단위로 승격시키는 문제를 경북도와 중앙정부에 건의하겠다.
△이 지사=조만간 경북도에 에너지클러스터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경주시에도 지원팀 구성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돕겠다. 경주시와 함께 인근 시군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각종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
정리=박정출·이상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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