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30년만에 부활 상경전…옛 추억·열기 살려

"아직 마음은 청춘입니다. 마운드에 선 것은 경북고 졸업 후 34년 만이고 실업팀 롯데에서 은퇴한 후 27년 만입니다."

5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30년만에 다시 열린 제6회 상경전에서 왕년의 야구 스타 남우식(54·롯데 햄·우유 이사)은 5회말 마운드에 올라 한 타자를 상대, 볼넷을 내줬지만 아낌없는 박수를 받았다. 이 대회가 중단되기 전 한 차례 참가한 적이 있다고 밝힌 남우식은 "고교 때(1971년 경북고가 5개 전국대회를 석권할 때 강속구 투수로 이름을 날림)는 공이 팽팽 날아갔는데"라며 그라운드를 응시했다.

프로 통산 타율 1위(10년간 0.331)를 지키고 있는 장효조(49·삼성 라이온즈 스카우트)는 대구상고 2번타자로 나섰다. 한국 최고의 교타자란 명성답게 1회말 상대 선발 성낙수를 맞아 매섭게 방망이를 돌렸으나 우익수 플라이로 아웃됐다. 이를 본 한 관중은 "'타격의 달인'도 나이가 차니 허리가 돌아가지 않는다"며 웃었다.

1975년 제5회 대회 후 중단됐다 이날 부활된 이번 대회는 양 학교의 야구 라이벌전 이상의 의미를 남겼다. 비록 이번 대회는 준비 부족으로 야구팬들의 성원이 부족했고 경기 진행도 어수선했지만 대구를 대표하는 야구 이벤트로 손색이 없음을 여러 모로 보여줬다.

경기는 친선대회의 묘미를 살리면서도 치열한 승부로 관전의 묘미를 한껏 살렸다. 프로 팀과 대학에서 감독·코치로 활동중인 선수들은 현역 시절 못지 않은 실력을 발휘했다.

1대4로 뒤진 대구상고의 5회말 공격 때는 한국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2사 만루에서 4번타자 양준혁(36·삼성)이 타석에 들어서자 경북고 강문길 감독은 지체없이 삼성 에이스 배영수(24)를 투입했다. 시속 145km를 웃도는 강속구로 투 스트라이크를 잡은 배영수는 유인구 없이 바로 3구에서 승부를 걸다 좌익수를 넘길 듯한 큼지막한 타구를 맞았다. 동점이 가능한 싹쓸이 2루타성 타구는 그러나 빠른 발을 자랑하는 좌익수 하춘동(29·대구중 코치)의 다이빙 캐치에 걸려들었다.

또 7회말 2사 후 만루에서 양준혁 타석 때 경북고는 고의사구로 1점을 내주며 4대2로 승리를 지키는 초강수를 뒀다. 2루타 2개와 호수비로 팀 승리를 이끈 하춘동에 대해 삼성 관계자들은 "재입단을 추진해야겠다"며 큰 관심을 보였다.

대구상고는 안타 수에서 8대7로 우세를 보였으나 2차례나 홈에서 주자가 아웃되는 등 경북고의 짜임새 있는 수비에 막혀 주저앉았다.

경북고는 앞서 열린 재학생 경기에서도 상원고를 8대5로 물리쳤다.

이번 대회를 주관한 대구상고 최상희 동창회장은 대회사에서 "야구를 통해 화합을 다졌던 이 대회는 1967~1975년 5차례 열린 후 아쉽게 중단됐다"며 "지속적으로 대회를 열어 대구시민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화합의 축제가 되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한편 삼성은 이 대회의 부활을 축하하며 양 학교에 격려금 1천만 원과 경기용품 1천만 원 어치를 각각 지원했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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