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이민 열풍이 불고 있다. 전국적으로 해외 이민자 숫자가 10년 전에 비해 감소세가 뚜렷하지만 대구만은 매년 이민자가 증가해 올핸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은 이민자가 나올 전망이다. '살인적인 사교육비, 지역산업 경기의 추락' 등으로 대구를 등지고 있는 것.
△짐 싸는 사람들= 공무원 김모(48)씨는 이달말 가족들과 함께 캐나다행 비행기를 탄다. 집도 팔고 재산도 모두 처분했다. 지난 9월엔 영주권 비자도 발급받아 이민 준비가 끝난 셈.
그는 "'중·고교생인 아이들을 생각하라'는 아내의 말을 더 이상 흘려들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따놓은 전기기술 관련 자격증을 이용, 현지에서 사업을 할 예정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월까지 해외 이주자는 604명(월평균 67명).올 이민자가 800명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연간 이민자의 800명 초과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은 물론, 유례없이 많은 숫자라고 시는 분석했다.
대구의 해외 이민자가 최근 급증세다. 지난 2002년 556명이었던 지역의 해외 이주자는 지난해 722명을 기록하는 등 매년 12% 이상 증가하고 있는 것. 국내 전체 해외 이민자는 매년 감소세로 1995년 1만5천917명이던 전국 이민자는 지난해 9천759명까지 줄었다
△왜 떠나나= 해외 이민자 가운데 절반 정도가 자녀교육 문제 때문이라고 관계자들은 분석했다. 그 다음이 침체된 지역경기 상황 등 때문.
ㄱ이주개발공사 우병준 대구지사장은 "자녀에게 선진교육을 받을 기회를 주려 미국, 캐나다행을 꿈꾸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대구시 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해 해외이민으로 중도 자퇴한 고고생은 171명이었고 올해는 지난 달 말까지 256명이 외국으로 이민갔다.
이민을 준비 중인 최모(38.회사원)씨는 "초교생인 세 아이의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이민 갈 생각"이라며 "영어공부를 위해 3개월간 휴직해 필리핀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10년간 해온 편의점을 정리한 또다른 최모(40·경산시 중방동)씨는 곧 뉴질랜드로 기술이민을 떠날 작정이다.대학서 축산학을 전공한 이씨는 낙농관련 자격증을 여러 개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경기침체 탓으로 장사가 예전만 못한데다 국내 정치 상황을 보면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잘살던 사람이 떠난다= 대구의 해외 이민자들은 수성구에 집중돼 있다. 대구시 조사결과, 지난해 해외 이민자 722명 가운데 3분의 1인 208명(28%)이 수성주민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3년부터 올 9월까지 총 이민자 1천916명 중 수성 주민은 541명(28%)으로 역시 3분의1 가량을 차지했다. 수성구 보다 인구가 15만명이나 더 많은 달서구 경우 3년간 이민자수가 295명으로 전체의 15%에 불과하다.
ㅅ이주공사 유호숙씨는 "대구 사람들이 주로 찾는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의 경우 이민 자격조건이 까다로워져 일정규모 이상의 자산 또는 해당국가 연고가 없으면 이민이 힘들다"고 했다.
지난해의 경우 국내 총 이민자 8천509명 가운데 60%인 5천90명이 미국을 선택했고, 29%인 2천465명이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 다음은 호주 501명, 뉴질랜드 132명 순이었다. 이민자들의 연령비율을 보면 대다수가 40, 50대로 국내 현실을 비관,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그러나 이민 부적응 사례도 많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 이민 알선업체 관계자들의 설명. 우병준 대구지사장은 "서울·경기 등지에서는 이민희망 국가에 대한 충분한 사전지식과 정확한 분석을 갖고 이민에 도전하는 반면 대구사람들은 막연한 기대 심리를 갖고 이민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 뉴욕 교민사회만 해도 세탁소의 70%, 네일아트의 70%가 한인들로 채워지는 등 고학력 한국인들이 높은 노동강도에도 불구하고 낮은 수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교민들은 전하고 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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