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生命' 까지 돈으로 사고팔아서야

여성들의 난자가 상업적으로 밀거래되고 있다니 기가 찬다. 여대생 등 젊은 여성들이 인터넷을 이용한 알선 조직으로부터 돈을 받고 불임 여성들에게 난자를 팔았다가 경찰에 적발됐다. 일부의 경우 외국 원정을 가거나 국내 병원을 통해 외국 여성들에게 난자를 팔기도 했다. 돈을 받고 아이를 대신 낳아 주는 이른바 대리모도 적발됐다.

난자 밀매 조직이 적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난자 불법 판매는 의료계 주변에서는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인터넷 관련 사이트에는 난자를 사고팔겠다는 글들이 거의 공개적으로 올라오고 있는 형편이다.

난자는 법률적으로 생명체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러나 난자는 정자와 함께 인간 생명의 시초가 아닌가. 출생으로 구성되는 가족 관계도 부모의 난자와 정자에서 출발한다. 그런 점에서 난자 밀거래는 생명과 가족 관계를 돈으로 사고파는 일과 다르지 않다. 돈을 받고 '내 아이'를 파는 짓이며, 돈을 주고 남의 가족 관계를 사는 일과 마찬가지다.

난자 거래는 불임 여성들에게는 유혹이 아닐 수 없다. 돈을 주고서라도 아이를 갖고 싶다는 욕망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돈을 주고 산 난자로 태어난 아이의 정체성은 문제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가 훗날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될 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생명은 인간이 마음대로 만드는 상품이 아님은 말할 나위가 없다.

난자 거래의 허점은 법 체계의 미비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사회 풍조 때문이다. 생명과 가족 관계는 무엇보다 소중하고 존엄하다. 생명의 존엄성보다 돈을 더 중시하는 사회 풍조가 지속된다면 인간 사회의 미래는 파멸이다. 돈이 인간 생명의 우위에 설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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