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임종도 지켜보지 못하고...불효자의 심정입니다"
미국에서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수감됐다가 지난달 풀려난 로버트 김(64·한국명 김채곤)씨가 7일 오전 10시45분께 선친의 유해가 안치된 전북 익산시 왕궁면 원불교 영모묘원(永慕墓園)을 찾았다. 영모묘원 입구에 도착하자 승합차에서 내린 김씨는 부인 장명희(61) 여사와 동생인 국회 김성곤(53)의원, 후원회원 등 10여명과 함께 100m 가량을 걸으며 잠시상념에 잠기기도 했다.
묘원 사무실에 들른 김씨는 안경 너머로 눈을 지그시 감은 채 동생 성곤씨로부터 지난해 2월(아버지)과 6월(어머니) 잇따라 열반한 부모의 유해를 납골당에 모신경위를 차분하게 경청했다. 김씨는 이어 관리소측이 선친의 납골묘 번호(320번)가 적힌 납골대장을 보여주자 눈시울을 적시며 기록을 꼼꼼히 살피기도 했다.
김씨는 "부모가 돌아가실 때 교도소에 있어 아내만 참석했다"면서 "당시 교도소에서 일을 나가지 않고 종일 감방에 있었는데, 시간이 너무나 길어 고통이었다"고회고했다. 이어 "불효자는 할말이 없으며 마냥 울고 싶을 뿐"이라고 심정을 피력했다.
그는 "아버지가 격려의 영상 테이프를 보내주셨으나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에서야 그 테이프를 봤다"면서 "기억 속의 아버지는 항상 건강하고 (피부가)팽팽하고 목소리가 좋았는데 병석에서 나를 격려해준 테이프 속의 아버지는 무척 안타까운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차라리 (그 테이프를)보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덧붙였다. 김씨는 유해가 안치된 대원전을 찾아 국화 한 다발을 헌화한 뒤 향을 꽂고 부인.
동생 등과 함께 절을 했으나 한꺼번에 몰려 든 취재진으로 자리가 비좁자 곧바로 인근 분향소로 옮겨 가족 합동 독경식을 가졌다. 독경식 내내 김씨는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으며 부모의 영정을 번갈아 어루만지며 안타까워했다.
김씨는 독경식에서 "아버님의 가르침이자 가훈인 '선공후사(先公後私)'를 가슴에 묻고 평생을 살아갈 것"이라며 "다시 태어나도 국익을 위해 한목숨을 바치겠다" 고 말했다. 참배를 마친 김씨는 익산 원광대학교 옆에 있는 원불교중앙총부를 방문, 이광정(李廣淨) 종법사 등을 만나 수감 시절 후원해준 원불교측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날 익산시내 거리에는 '로버트 김의 익산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등의 플래카드가 곳곳에 설치돼 김씨를 반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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