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폐장 경주유치와 관련, 정부가 유치지역에 약속한 사업과 경북도가 추진할 인프라 사업이 어우러질 경우 23조 원의 경제파급 및 20만 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하지만 방폐장 파급효과를 '하드웨어'적 관점에서만 보는 것은 그 의미를 퇴색시킬 우려가 있다. 통일신라 이후 또다른 천년 이상을 역사의 뒤안에 머물러 온 경주의 방폐장 유치는 오랜 역사와 문화적 저력을 바탕으로 '과학기술'에 눈을 뜨는 전환점을 맞았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문화와 과학기술은 21세기 중심도시의 기본 요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주와 경북동해안은 양성자가속기와 정부가 내놓은 선물 보따리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원자력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류의 불가피한 선택이다. 또 관련기술은 의료와 각종 첨단산업 발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평화롭고 안전한 '핵'이용은 인류의 과제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뛰어난 문화와 자연환경을 갖추고, 원전이 집중돼 있는 경북동해안 만큼 원자력 연구에 좋은 곳은 세계적으로 드물다"고 말한다. 경북대, 영남대, 포스텍, 한동대, 금오공대, 방사광가속기,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 테크노파크 등 대학과 연구 및 산업화 지원기관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도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여건이다. 이 기회에 원자력 관련 모든 기관을 경북동해안에 집중시켜 세계적 원자력특구로 발전시키는 것이 어떨까. 경주를 세계사에 새롭게 부상시키자는 것이다.
경주의 변신은 지역경제의 새 희망이기도 하다. 그동안 지역경제를 떠받치고 있던 구미와 포항은 이제 전성기를 지나고 있지만, 아직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위기는 심화되고 있다. 경주의 원자력특구와 포항의 R&D특구가 어우러지고, 이것이 대구·경산의 연구 및 인재양성 기능과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구미를 포함한 주요 산업지역으로 경제적 파급효과가 확산될 때, 이번 방폐장 유치는 상상을 초월하는 지역혁신의 기폭제가 될 것이다. 천 년을 지나 겨우 맞이한 절호의 기회를 살릴 지혜를 모으는 데 대구경북이 함께하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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