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은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소수자(Minority)다. 대구 전체 인구의 3.2%(등록기준)가 장애인. 96.8%의 비장애인들(Majority)에 둘러싸여 '소수의 설움'을 겪으며 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구의 일부 장애인들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장애인 택시회사' 설립을 시도하고 있다. 장애인을 채용하면 정부가 회사에 주는 돈이 장애인들을 위해 제대로 쓰이지 않고 있고, 일부는 비장애인보다 사납금을 더 내는 등 택시업계의 차별을 감당하기가 힘들었기 때문.
행정기관은 '법 규정'을 들어 설립 불가 방침을 밝히고 있지만 장애인들은 포기하지 않고 있다. 왜 어려운 싸움을 하느냐고 물으면 그들은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장애=차별
날 때부터 오른쪽 다리와 팔이 불편한 5급 장애인 법인택시 기사 ㅇ(39)씨. 그는 비장애인 동료기사보다 3천 원의 사납금을 더 낸다. 사납금은 하루 10만6천 원. 하루 15시간 이상 일해야하는 1차제다.
ㅇ씨가 '피곤한 1차제'에다 매일 3천 원이나 더 회사에 넣어야하는 이유는 자동변속기 택시를 몰기 때문. 대구 일부 택시 회사들은 장애인을 비롯 여성과 고령자 기사들에게 자동변속기 차량을 주면서 "자동변속기는 1차제에다 3천 원의 사납금을 더 내야 한다"는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장애인들은 '장애 때문에' 자동변속기 차량을 몰 수밖에 없는데 결국 사회적 약자의 노동 강도가 더 세진 것이다.
ㅇ씨는 "회사는 장애인고용촉진공단으로부터 기사의 장애정도에 따라 월 30만~60만 원씩의 고용장려금까지 받고 있다"며 "그런데도 회사가 3천 원의 사납금을 더 받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ㅇ씨 회사에서 1차제 자동변속기 택시를 모는 장애인 기사는 모두 9명이다.
이와 관련, '대구 택시개혁 추진연합'은 지난달 ㅇ씨가 일하는 회사를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대구지방노동청에 고발했다. 하지만 진상 조사에 나선 노동청은 "법적 처벌 근거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의 소지는 있지만 노사합의서에 규정된 사항이고 고용장려금 또한 현행 법상으로는 사업주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택시개혁 추진연합 측은 "건설교통부 훈령은 차량 운행에 필요한 제반경비(연료비, 세차비, 차량수리비, 사고처리비 등)를 운전 기사에게 부담지을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다"며 노동청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함정에 빠진 고용장려금
지역 택시 회사들은 10년 전부터 장애인 기사들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장애인을 고용하면 장애인고용촉진공단으로부터 고용인원 1명당 월 최고 60만 원씩의 장려금을 받기 때문. 덕분에 지난해 기준으로 대구 장애인 택시기사는 340명까지 늘어났다. 장애인 기사는 대구 전체 법인택시기사(8천여 명)의 4.2%에 이른다.
대구시내 택시회사들은 장애인 기사를 쓰는 대가로 2003년 8억9천만 원(38개 업체), 지난해 9억1천200만 원(37개 업체)을 챙겼다. 장애인 기사들은 "상당수 택시업체가 장애인 우선 고용이라는 현수막을 붙여 놓고 있다"며 "장애인을 많이 고용할수록 그만큼 고용장려금이 증가하는 탓"이라고 했다.
하지만 일부 업체는 고용장려금을 장애인 택시기사 복지에 쓰기는커녕 '더 큰 노동강도'를 장애인 기사에게 요구하고 있다. 사납금을 내려받는 택시 업체는 고작 1, 2군데에 불과하다는 것.
택시회사들은 "그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택시회사 한 관계자는 "장애인 기사들은 비장애인 기사들보다 사고율이 높은데다 연비가 낮은 자동변속기를 써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장애인 고용장려금은 말 그대로 장애인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며 받은 장려금은 법적으로 회사 수익일 뿐"이라고 했다.
◇사람답게 일하고 싶다
제주도의 택시회사인 '국제운수'. 이 회사는 2년 전부터 경증 장애인 1만5천 원, 중증 장애인은 1만8천 원씩, 비장애인들보다 사납금을 덜 받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장애인 택시기사를 고용하면 고용장려금을 받는데 이 돈은 장애인을 위해 써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법적으로 고용장려금을 어떻게 쓰느냐하는 것은 업주 재량이지만 법의 근본 취지를 생각해보면 고용장려금을 기사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맞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구 장애인들이 장애인 택시회사 설립에 나섰다. '장애인복지 택시회사 설립을 위한 준비위원회'(가칭)가 지난 8월 출범식을 가진 것. 고용장려금을 제대로 써 보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대구시는 "장애인 택시회사 설립에 관한 법적 근거가 없다"며 불가 방침을 통보해왔다. 장애인택시회사 설립 준비위원회는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차방부 준비위원장은 "국무총리실 장애인복지조정위원회와 국회를 찾아가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요구, 회사 설립에 필요한 법적 규정을 반드시 만들 것"이라며 "반드시 장애인 택시 회사를 세워 장애인 택시기사들의 '눈물'을 닦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 장애인 택시기사들은 서럽다. 택시 회사들이 장애인 고용을 대가로 정부로부터 월 30~60만 원씩 고용장려금을 챙겨 가지만 이 돈을 장애인들을 위해 쓰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진은 이런 이유로 '장애인 택시 회사'를 설립하려는 사람들.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애국가 부른게 죄?' 이철우 지사,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돼
여권 잠룡 홍준표·한동훈·오세훈, "尹 구속 취소 환영·당연"
이재명 "검찰이 산수 잘못 했다고 헌정파괴 사실 없어지지 않아"
민주당 "검찰총장, 시간 허비하며 '尹 석방기도' 의심돼"
홍준표 "尹탄핵 기각되면 혼란, 인용되면 전쟁…혼란이 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