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8일 국회에서 개최한 금융산업구조개선법 공청회는 경제계의 '색깔논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재벌개혁을 둘러싼 우리 사회 내 양극단의 기류를 여지없이 표출했다.
재벌개혁의 상징적 과제로 부상한 삼성그룹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을 놓고 '교과서적'인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는 원칙론과 '과거'는 가급적 존중하고 가자는현실론이 논란의 축이었다. 토론자로 나온 금융연구원 이동걸 박사와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 간의 공방이 재벌개혁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금감위 부위원장을 지낸 이동걸 박사는 미리 배포한 공청회 자료에서 "금산법을 놓고 재벌해체론, 민족자본론, 자유시장경제, 삼성 때리기 운운하는 것은 사안의 본질을 왜곡, 은폐하려는 경제적 색깔논쟁"이라며 "보수주의자들은 특정 거대재벌이 타겟이라는 식의 국민정서법으로 금산법 논란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윤창현 교수는 "대기업 집단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기본적 시각의 문제"라며 "대기업집단의 선단식 계열구조가 단기간의 고도성장을 이룬 배경이 됐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고 지배구조문제는 각국의 역사와 배경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고 맞받았다. 금산법 논란의 하이라이트인 삼성 금융계열사들의 '5%룰' 초과분 처리 방향을 놓고도 토론자들 간의 '간극'은 넓고 깊었다.
이동걸 박사와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고동원 건국대 법대 교수는 '5%룰' 초과분은 예외없이 강제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윤창현 교수와 '김&장' 소속 황정근 변호사, 임영록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소급입법을 이유로 의결권만 제한하자는 의견으로 맞섰다.
이런 가운데 평행선을 그리는 양측의 주장 사이에서 '절충지점'을 제시하는 안도 나왔다. 이준섭 인천대 법대 교수는 "결론적으로 금산법 제정 이전의 보유분과 그 이후의 위법 보유분을 동시에 구분해 처리하기 위해 정부 안과 우리당 박영선(朴映宣) 의원의 안을 적절하게 조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어 "금산법 제정 이전 지분을 취득한 삼성생명의 경우 적법한 보유라고 판단되는 만큼 위법상태를 전제로 하여 제재처분을 소급하여 적용할 수 없다" 며 "그러나 삼성카드의 경우 현행 금산법을 위반해 보유하고 있는 위법상태이므로 처분명령의 제재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청와대와 우리당 내에서 유력히 검토되고 있는 '분리대응안'과 유사한 것으로 향후 논의 과정에서 어느정도 공감대를 얻어낼 지 귀추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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