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거리의 폭탄 '대포車' 대구 수천대 질주

대구에서만도 수천 대의 '대포차'가 시내를 질주하고 있다.

'차량등록부 상 차주와 현재 소유주가 일치하지 않는' 차량인 대포차는 대부분이 정기검사조차 받지 않는 정비불량상태인 데다 90% 이상이 무보험이어서 사고발생 시 피해보상이 안돼 '거리의 폭탄'이 되고 있다.

장기불황으로 채권확보를 위한 개인간 '차량압류'가 늘고 이 과정에서 명의 이전 절차가 생략된 채 온라인 시장에서 헐값에 팔려 나가 대포차가 양산되고 있는 것.

△아무나 골라!= 지난 2일 한 고교생(17)이 경찰에 붙잡혔다. 무면허로 승용차를 몰다 회사원(35·대구시)의 차를 들이받은 혐의다.

경찰은 "조사해 보니 가족의 차가 아니라 학생이 직접 구입한 차였다"며 "학생은 사고를 내기 2주일 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대포차 유통업자'를 경북 칠곡에서 만나 2001년산 승용차를 120만 원에 샀다"고 밝혔다.

차량의 원 주인은 '어떤 일이 있어도 민형사 소송을 않는다'는 포기각서를 쓴 뒤 명의 이전도 않고 누군가에게 차를 넘겼고 인터넷을 통해 무면허 고교생에게 헐값에 팔린 것.

취재결과, 인터넷상의 대포차 판매 사이트는 10개 정도. 월 1만~2만 원을 내면 대포차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대포차 시세는 정상적인 중고차 거래가의 50~60% 수준.

대구 8개 구·군에 따르면 자동차세 체납 조사과정에서 연간 200~300대 정도가 대포차로 드러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팔려 나가 주인이 자꾸 바뀌는 점을 감안할 때, 대구에는 현재 수천 대가 넘는 대포차가 굴러다니는 것으로 담당자들은 파악하고 있다.

△거리의 위협자= 대구 서구청은 지난 1일 3년 넘게 자동차세 150만 원을 체납한 그랜저 승용차 1대를 압류했다. 원래 소유자는 2002년 말 폐업한 모 섬유회사. 한 채권자가 명의 이전 없이 이 차를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청 관계자는 "세금도 안 냈는데 종합보험·책임보험을 들었겠느냐"며 "이 회사 소속의 다른 화물차도 실종상태"라 밝혔다.

대포차는 보험 미가입은 물론 정기검사조차 받지 않아 대형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또 대구에서 6회 이상 자동차세를 내지 않은 상습 체납차량이 1만7천 대에 이르고 상당수가 대포차로 체납세 징수에 따른 행정력 낭비까지 불러오고 있다.

△단속 안 되나?= 법적 처벌근거가 없는 것이 단속의 한계다. 현행 법상 대포차를 파는 사람은 처벌할 수 있어도 대포차를 사는 사람들은 처벌하지 못하기 때문.

구청 관계자들은 "대포차를 사려는 사람들 때문에 온·오프라인의 직거래 사이트가 속속 생겨 나는 것"이라며 "처벌기준을 정한 법을 만들지 않으면 대포차를 잡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전국적 통합시스템망 구축도 대포차 단속의 과제. 대구 구·군청은 단속대상을 대구 번호판에 한정할 수밖에 없어 다른 시·도 번호판 차량은 단속 대상에서 벗어나고 있기 때문.

현재 정부는 자동차세 체납 차량 단속 시스템을 전국적으로 일원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구시청 관계자는 "8개 구·군청에서 대포차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면 경찰과 함께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갈 것"이라며 "대포차는 과세 공평성 확보를 위해서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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