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주제작사 사전제작 드라마 기획 붐

드라마 외주제작사 김종학프로덕션은 10월 말 드라마 '내 인생의 스페셜'의 촬영을 모두 마쳤다. 현재 방송사측과 편성을 놓고 상의하고 있는 김종학프로덕션은 내년에도 두 편 정도 더 사전전작제 형태의 드라마를 제작할 계획이다.

SBS '연애시대'를 제작하는 옐로우필름도 내년 초 방송 전에 전체 20부 가운데 18부 가량을 미리 찍을 계획이다. 이 드라마는 영화계에서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배우 손예진과 감우성이 나란히 출연한다는 점에서 화제다.

'욘사마' 배용준 주연에 송지나 작가·김종학 PD 콤비의 24부작 '태왕사신기'는 내년 9~10월 방송 예정이지만 방송사 편성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총 제작비 500억원 규모의 화제작인 만큼 편성은 어느 정도 자신하고 있다.

'겨울연가'의 윤석호 PD가 연출을 맡은 '봄의 왈츠'도 내년 3월 방송 전까지 전체 20부 가운데 14부를 미리 찍을 계획이다. 방송사로는 KBS가 유력하다.

드라마를 미리 제작(또는 대부분 제작)한 후 방송사에 판매하는 사전제작제 형태의 드라마가 최근 봇물 터지듯 기획되고 있다. 제작 경험이 있는 외주제작사는 물론 신생 제작사까지 1~2편 정도의 사전제작제 드라마를 기획하지 않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다.

◇사전제작제는 대세?

그렇다면 사전제작제가 최근 왜 이처럼 주목받고 있을까. 이에 대해 제작사측은 "사전제작제는 수익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사전제작제 하에서는 상대적으로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투자한 자금은 사전 해외 판매 등을 통해 상당 부분 미리 회수할 수도 있다.

박창식 김종학프로덕션 이사는 "대기업이나 해외에서 미리 충분한 투자를 받아서 제작하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며 "많은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는 방송사의 입장을 고려할 수 있고 투자자와도 윈윈 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3~4편의 사전제작 드라마를 기획하고 있는 옐로우필름의 권우성 부사장도 "시간과 돈에 크게 쫓기지 않기 때문에 작품성으로 승부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배우를 설득해서 드라마에 출연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완규, 김영현 작가 등이 소속된 에이스토리도 대본을 모두 완성한 후 촬영에 들어가는 식으로 드라마를 제작할 예정이다. '쪽대본'이 날아다니는 제작 현실에 비춰보면 작품성이 어느 정도 보장될 수 있는 장치인 셈이다.

◇만만찮은 부작용

하지만 사전제작제에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제작사가 투자부터 편성, 판매까지 치밀한 계획을 하지 않고 제작을 시도할 경우 여러 문제가 노출된다. 박창식 이사는 "사전제작제는 장점도 있지만 리스크도 크다"면서 "투자를 받기 위해 일단 찍고 보자는 식으로 제작을 할 경우 여러 곳에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까지 시도된 일부 사전제작 드라마는 제작과정과 마무리가 매끄럽지 못했다. 2004년 제작비 80억원이 투입된 한중 합작 드라마 '비천무'는 국내 지상파 방송사 방영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고 비의 출연 번복으로 시끄러웠던 드라마 '못된 사랑'도 화제만 만들었을 뿐 촬영에 들어가지 못했다. 류시원이 출연한다며 성대한 제작발표회를 가졌지만 막상 아직까지 제작에는 들어가지도 못한 드라마 '태양의 질주' 같은 경우도 있다.

치솟는 제작비와 출연료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한 외주제작사 대표는 "편성과 투자를 위해 스타의 캐스팅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이를 위해 스타에게 비상식적으로 높은 출연료를 줄 경우 제작비 부담이 엄청나게 커진다"고 털어놓았다.

이상백 에이스토리 대표는 "최악의 경우 방송 편성이 안 되더라도 사전판매 등으로 수익을 맞출 수 있게 한 후 제작해야 한다"며 "이런 조건을 만족할 만한 탄탄한 외주제작사는 현재 많지 않다"고 말했다.

기획되고 있는 드라마의 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도 문제다. 기존 외주제작사, 스타를 앞세운 매니지먼트사, 코스닥 등록사 등 다양한 제작사가 많은 드라마를 만들 계획을 세우고 있다. 지상파 3사의 라인업이 1~2년에 걸쳐도 모두 소화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다.

권우성 옐로우필름 부사장은 "한류 때문에 드라마가 돈이 된다는 생각에 무조건 뛰어들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며 "너나 없이 마구 만들었다가는 한때의 영화를 잃어버린 홍콩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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