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공간이 제 기능을 할까?"
건교부가 발코니 확장시 화재 대피공간을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한 것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최소 2㎡(0.6평)와 3㎡(0.9평)의 적잖은(?) 공간을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에다 내부 공간까지 점령하는 꼴이어서 대피공간이 실제 화재시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겠는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대피공간은 화재로 인해 현관 방향의 피난로가 막혔을 경우 이웃집을 통해 대피할 수 있도록 설치되는 공간이라는 게 건교부의 설명. 자신의 집쪽에서만 열 수 있도록 방화문을 설치하고 바닥에 불연재를 깔아야 한다.
그러나 대피공간 설치에 대한 입주민과 아파트 시공사들은 대체로 부정적인 입장이다.
우선 0.9평의 공동 대피공간을 설치해야 하는 신축 아파트의 경우 방화문이 한 쪽에서만 열리기 때문에 옆집으로 대피하려면 별도의 구조요청을 할 수밖에 없어 효과가 의문스럽다. 한 아파트 시공사 관계자는 "방범상의 불안 때문에 이웃집에서 방화문을 폐쇄하거나 창고·수납공간으로 이용한다면 방화문이 제 역할을 하겠는가"라고 의아해했다.
건교부 방침대로 신청하는 집에 대해서만 허용할 경우 옆집이 원하지 않으면 대피공간을 놓고 이웃 간 갈등이 생길 수 있으며, 신청하지 않은 집은 아래·위층이나 이웃집의 발코니 개조로 화재위험이 커졌다며 민원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또 기존 아파트의 경우에는 가구 간 경계벽의 철거가 불가능해 최소 0.6평의 대피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것도 문제다. 이웃집으로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좁은 대피공간 내에서 외부 구조만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한 소방전문가는 "화염은 피할 수 있겠지만 연기로 인한 질식 위험은 막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대피공간에 대한 건교부의 우왕좌왕하는 태도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1, 2층 등 저층 가구도 발코니 확장 시 대피공간을 의무적으로 해야하는지 여부 등 층별 기준도 모호하다. 세부적인 기준 자체에 손볼 곳이 많다는 의견이다.
건교부는 앞뒤 베란다 어느 한 곳이라도 확장이 이뤄졌다면 대피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 구청 도시정비계 담당은 "확장되지 않은 나머지 발코니가 대피공간 구실을 하는데 별도 대피공간을 만들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대피공간을 불필요한 것으로 보고 아예 없애는 사람이 많지 않겠느냐"고 했다.
건교부 측도 "앞뒤쪽 발코니 중 한쪽 전부가 확장되지 않았다면 대피공간을 굳이 설치해야 하는지 새로 검토 중"이라고 개정 여지를 시인했다.
입주민들은 "정부가 대피공간에 대한 실효성을 다시 점검하고 되도록 경제적 부담이 적은 안전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
기획탐사팀=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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