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발코니 확장 허용' 실효성 없다

아파트 발코니 확장시 대피공간 설치 등을 의무화하는 건설교통부의 '화재안전기준안'과 관련, 이 안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졸속정책'이라는 비판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추가 비용부담이 만만찮은데다 대피공간이 실효성없는 '애물단지' 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에 따라 아파트 입주민, 건설업체들의 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건교부는 지난 6일 앞으로 발코니를 확장하는 신축 아파트의 경우 최소 3㎡(약0.9평)이상의 대피공간 설치와 스프링클러 범위 확대를, 기존 아파트는 2㎡(약 0.6평)이상의 대피공간과 높이 90cm 이상의 방화판·방화유리 설치 등을 의무화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안대로 대피공간, 방화문, 방화유리, 방화판 등을 설치할 경우 비용이 평형별로 50만~100만 원 가량 더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구의 한 설치업체는 "공사비에 인테리어 비용까지 합치면 최소 300만~400만 원은 들 것"이라면서 "그 비용은 분양가 상승 요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3개월 전 58평 아파트에 입주한 조모(60) 씨는 "대피공간을 만들면 공간을 넓게 쓰려는 당초 목적이 크게 퇴색된다"며 "제 기능이 검증되지 않은 대피공간은 베란다 수납공간만 줄이는 '흉물'로 전락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건교부가 앞 발코니중 단 한 곳이라도 확장할 경우 반드시 대피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도 문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발코니 전체를 확장하는 것도 아니고 남아있는 발코니 자체가 대피공간 역할을 하는데도 굳이 별도의 공간을 설치하라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건설회사가 대피공간을 만들더라도 입주자가 곧바로 없앨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기존의 불법 발코니 확장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는 마당에 새로운 불탈법을 조장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사)대구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연합회 김재성 사무국장은 "정부 안 대로라면 발코니 확장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입주민 70, 80%이상이 발코니 확장에 나서는 마당에 얼마나 정부지침을 따를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건교부 건축기획팀 관계자는 "발코니 구조변경으로 화재시 불길이 위층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라며 "현재 확정된 안이 아니기 때문에 다음달 시행령 개정시 국민 여론과 전문가 의견 등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탐사팀=박병선기자 lala@msnet.co.kr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