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도권 걸식증에 地方은 영양실조

도대체 얼마나 더 먹어야 성이 찰까. 비만 환자들은 대부분 탐식이 심하다. 탐식을 자제하지 못해 갈수록 살이 찐다. 살이 찌는 만큼 각종 질병에도 쉽게 노출된다. 수도권은 인구 과밀화로 교통, 주택, 환경 오염 등 갖가지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그동안 규제해 온 수도권 공장 신'증설을 한시적으로 허용할 방침이다.

'비만 환자' 수도권은 이것마저 불만인 모양이다. 수도권 중소기업이 조세 감면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역차별을 받아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한다. 지역 균형 발전 논리가 실제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가. 우리나라는 중국이나 미국처럼 거대한 영토를 지닌 국가가 아니다. KTX 개통 이후 전국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바뀔 정도로 좁은 나라다. 이렇게 좁은 땅을 더욱 좁게 쓰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더욱이 정보 통신 수단의 눈부신 발전으로 물리적 거리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른 수도권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공장 신'증설을 부분 허용했다. 이는 수도권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하고 이미 하청 생산 기지로 전락한 지방 공단의 공동화를 초래할 것이다. 구미 지역의 직접 투자 피해액만 최소 1조4천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대구'경북 전체 피해액은 추정마저 쉽지 않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란 떡고물을 떨어뜨리고 떡은 수도권으로 가져가는 조삼모사(朝三暮四) 정책인 것이다.

구미시와 시민단체들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 반대는 생존 차원이지, 수도권의 식탐이 아니다. 비수도권 국회의원들도 정부'여당의 방침을 수수방관해선 안 된다. 국가 백년대계가 아니라 '우는 아이 젖 주는' 식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은 철회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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