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미국 일리노이 공과대학의 한 교수가 현재의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TV의 원천기술을 개발하였다. 그 이후 주변기술이 속속 개발되면서 1990년대에 여러 일본회사들이 상업화에 성공하였다. LG전자, 삼성SDI도 그 뒤를 따랐다. 그러나 가격이 수천만 원에 달하여 시장 창출이 쉽지 않았다. 일본 전자회사들이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즈음인 2000년대 들어 LG전자와 삼성SDI는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여 사업화에 박차를 가하였다. 브라운관 TV가 20만 원 내외에서 팔리고 있는 상황에서 비록 사이즈는 크지만 수천만 원하는 제품을 만들겠다고 하면 어느 누구도 쉽게 찬성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앞의 두 회사는 2000년대 후반이 되면 선진국들이 아날로그 방송을 디지털로 전환하여 디스플레이 시장이 고화질 대형 TV로 전환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많은 적자에도 불구하고 줄기차게 사업을 추진하였다.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내야 하고 그것은 가격을 대폭 인하하여 대규모 시장을 창출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한국의 두 회사는 엄청난 적자를 감수하고서도 매년 파격적인 판매가 인하를 주도하였다. 그 결과 일본의 회사들은 먼저 상업화를 주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 확대로 기업간 합병이나 사업철수를 통해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한국 기업 내부에서는 적자폭이 확대됨에 따라 사업의 지속 여부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어 왔고 중소기업 부품 협력사들도 납품단가 인하로 심각한 고통을 겪지 않을 수 없었다. 또한 경쟁제품인 LCD TV가 경쟁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의견들도 PDP 사업을 맡고 있는 경영자들에게는 흘려버릴 수 없는 아픔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성공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으로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시장창출 노력으로 최근에 사업이 흑자로 전환하였다고 발표를 하고 있다. 더욱이 LCD제품에 비해 거의 모든 특성 비교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가격에서 30% 정도 저렴하고, 화상 응답속도도 빠르며, 수명도 CRT TV만큼 길며, 시야각도 훨씬 넓으며, 가정환경의 조도에서 명암비가 우수하고, 색 재현능력도 LCD보다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력 소모량도 같거나 오히려 적게 든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월 전기료는 가정에서 하루에 5시간을 사용하는 경우 약 1만3천 원이면 된다고 하니 전기료 논쟁은 의미가 없어졌다.
현재 LG전자와 삼성SDI 두 회사는 거의 공동 세계 1위의 기업으로서 양사가 세계시장을 56% 정도 점유하고 있다. 일본의 마쓰시다가 그 뒤를 이어 약 24%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가장 큰 회사였던 일본의 FHP는 투자를 꺼리면서 주춤하는 사이에 4위로 밀려나 Pioneer와 동률 4위인 9%의 시장을 가지고 있다. 결국,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팽배해 있을 때 사업성에 대한 확신과 꾸준한 투자를 한 회사는 미래의 엄청난 시장을 주도하게 된 것이다.
향후 10년간 전자산업의 가장 큰 성장 동력은 바로 가정용 TV로 사용되는 디스플레이 사업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선진국들이 향후 수년 안에 모든 방송을 디지털로 전환할 예정이고 그렇게 될 경우 디스플레이도 자연히 고화질 대형 TV로 대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순발력 있는 설비투자 집행과 집중적인 기술개발 노력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시장에서 독과점 사업거리를 갖게 된 것이다. 시장의 잠재규모가 큰 경우 대형 회사들이 참여를 하기 때문에 경쟁은 다양한 형태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즉, LCD나 OLED 같은 대체 경쟁제품도 앞으로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이다. 장기적인 성패는 소비자들이 가격과 품질이란 두 가지 조건에서 결정을 해줄 것이다.
한국 PDP 제품의 성공은 한국인의 기질을 잘 반영하는 듯하다. 즉, 다소 가볍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순발력 있는 의사결정과 과감한 투자 집행으로 속도 경영을 주창하는 현대 경영에서 장점으로 활용되는 점이 많은 것 같다. 앞으로는 LCD와 OLED 제품도 대형 TV 시장에 도전할 것이다. 이 분야에서도 한국 회사들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김신섭 국제통신(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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