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발코니를 없애면-"화재 확산 불보듯" VS "현 소방대비 충분"

정부의 아파트 발코니 화재 안전기준안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분분하다. 건교부가 화재 위험 때문에 최소한의 대피공간 마련이 불가피하다는 반면 아파트 입주자 및 관련 단체들은 '화재는 발코니와 관계없다'는 입장이다.

▲발코니 없으면 화재 위험 크다.

지난 3일 철거작업 중인 대구시 달서구 본리동 한 아파트에서 화재실험이 벌어졌다. 아래, 위층에 발코니를 확장한 가구와 그렇지 않은 가구에 각각 불을 붙여 화재가 어떻게 확산되는지 알아본 것.

결과는 확연히 달랐다. 발코니를 확장한 가구에 불이 붙자 화염이 거실 커튼을 태우고 창문을 녹인 후 위층으로 옮겨붙였다. 반면 발코니가 있는 아래층 가구의 불길은 위층 발코니의 턱에 부딪혀 옮겨붙지 않았다.

실험에 참가했던 달서소방서 박희웅 방호과장은 "발코니가 불길 및 유독가스 차단에 꼭 필요한 공간임을 입증한 셈"이라며 "발코니가 없을 경우 작은 불도 대형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지난 7일 건교부의 화재안전 기준안은 발코니의 부재로 인한 화재 위험성을 우려한 소방방재청의 의견에 따라 조속하게 만들어졌다.

소방방재청 소방제도운영팀 이윤근 소방경은 "입법과정에서 소방관련 전문가, 국내외 기관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제도 보완을 계속할 것"이라며 정부의 화재안전 기준안이 다소 바뀔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현 상태로 충분하다.

아파트 관련 단체들은 발코니를 확장하더라도 화재안전은 지금의 시설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의 안대로 할 경우 바닥 불연재 및 스프링클러, 대피공간 등의 설치 비용과 소방안전 점검비용이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고 했다.

아파트사랑시민연대 신기락 사무처장은 "신규 아파트 입주자 70% 이상이 불법인 줄 알면서 발코니를 확장했는데 굳이 수백만 원씩 들여가며 대피공간을 설치하려는 이들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아파트 내에 이미 설치된 자동화재감지기, 경보장치, 스프링클러 등이 화재확산을 막기에 충분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김재성 사무국장은 "아파트 화재는 생활고로 인한 방화, 실화 등이 대부분인데 아파트가 전소됐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화재 경보음을 들은 주민들이 대피하고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면 불이 번질 위험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화염과 유독가스는 발코니에 설치된 PVC 우수관을 통해 아래, 위층으로 번지는데 이를 화염에 강한 알루미늄, 금속 등으로 교체하는 방안이 훨씬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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