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전! Travel라이프]인도 속 세계문화유산-(4)타지마할

주검의 흔적조차 덮은 우아함이여…

'10년 만에 첫사랑을 만나러 간다 해도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릴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의 대서사시가 흐르는 타지마할의 도시 아그라에 도착했다. 고등학교 1학년때 세계사 선생님으로부터 타지마할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언젠가는 꼭 타지마할에 가보리라' 라고 다짐한 지 7년 만에 꿈을 이뤘다.

아그라칸트 역에 도착하니 그렇게도 꿈에 그리던 타지마할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매케한 공기와 자욱한 스모그가 먼저 반긴다. 알고보니 아그라는 우타르 쁘라데쉬(Uttar Pradesh)주 최대의 중공업 도시. 이런 공업도시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에 다시 놀랐다.

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1시간을 헤맨 후 옥상에서 타지마할이 잘 보이는 한 숙소에 여정을 풀었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74년 전. 무굴제국의 5대 황제 '샤 자한'은 사랑했던 왕비 '뭄타지 마할'을 잃자 그녀를 기리기 위해 '타지마할'이란 무덤을 만들었다. 22년 동안 매일 2만 명의 인부가 동원되어 세계 각지에서 가져온 대리석, 보석들로 타지마할을 완성한 후 샤 자한은 야무나 강 건너편에 검은색 대리석으로 타지마할과 똑같은 모양과 크기의 자신의 묘를 만들 야심찬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아들 아우랑제브(6대 황제)에 의해 강제 폐위돼 타지마할에서 2km 떨어진 아그라포트의 감옥에서 8년을 눈물로 보내며 일흔 네살의 일기로 숨을 거뒀다. 그제서야 샤 자한은 뭄타지 마할 곁에서 잠들 수 있었다.

다음 날 새벽 5시30분. 해가 뜰 무렵 타지마할을 감상하기 위해 아침 일찍 숙소에서 나섰다.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타지마할 동쪽 입구에 관광객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타지마할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공항 입국심사보다 더 까다로운 몸 수색절차를 거쳐야 한다. 껌, 음식은 물론이고 조금이라도 타지마할에 흠집이 갈 물건들은 모조리 반입금지다. 심지어 신발의 얼룩이 건물에 남는 것을 막기 위해 덧신까지 나누어 줄 정도면 인도인들이 얼마나 이 건축물을 아끼는지 짐작할 만하다.

입장료는 외국인의 경우 750 뻬쎄(Paise·인도의 동전화폐 단위, 1루삐=100뻬쎄)로 현지인들이 내는 입장료 20뻬쎄의 37배에 달했다. 이런 아름다운 건축물을 유지하고 보수하는데 돈이 많이 드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지만 외국인들에게만 그 비용을 떠넘긴다는 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타지마할의 원대한 아름다움 앞에서 입장료가 비싸다는 생각은 금방 사라진다.

타지마할은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라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눈부시다. 한 여인을 위해 지은 건축물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니 경이롭기만 하다.

관광객들이 타지마할에서 가장 사진을 많이 찍는 '다이애나 의자(다이애나 왕세자비가 방문했을 때 앉았던 의자)'에서 사진을 찍고 벤치에 앉아 해가 비치는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모습을 감상했다.

타지마할 본당 내부에는 샤 자한과 뭄타지 마할의 가묘가 설치되어 있다. 실제 무덤은 본당 안 지하에 있는데 현재는 관광객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가묘 위에는 동전을 놓아두고 소원을 빌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해 각국 관광객들이 쌓아둔 동전들로 가득했다.

이젠 샤 자한이 아들에게 왕권을 빼앗기고 감옥에 갇혀 8년간을 타지마할을 보며 왕비를 그렸을 아그라포트로 향했다. 가까이서 바라보는 타지마할보다 아그라포트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더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아그라 성 안으로 들어갔다.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샤 자한이 8년 동안 갇혀 지내던 감옥 '무삼만 버즈(Musamman Burj)'. 샤 자한의 애처로운 사랑이야기 때문인지 그곳에서 바라본 타지마할의 모습은 한층 더 아름다웠다.

아그라포트 곳곳에는 도굴꾼에 의해 훼손된 부분이 발견됐다. 대리석 건물 여기저기에 박혀 있는 보석들을 도굴해간 흔적들은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새벽부터 시작된 강행군에 지쳐 숙소로 돌아와 옥상에서 석양에 물든 타지마할을 감상하며 타고르가 바친 시를 읽었다.

"어느 날 흘러내린 눈물은 영원히 마르지 않을 것이며,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더 맑고 투명하게 빛나리라. 그것이 타지마할이라네. 오 황제여! 그대는 타지마할의 아름다움으로 시간에 마술을 걸려했다네. 그대는 경이로운 화환을 짜서 우아하지 않은 주검을 사망을 전혀 모르는 우아함으로 덮어버렸네. 무덤은 자기 속으로 파묻고 뿌리내리며, 먼지로부터 일어나 기억의 외투로 죽음을 부드럽게 덮어주려 한다네" '라빈드라나트 타고르(1861-1941)'

곽규환(건국대 경영학과 3학년)

후원 : GoNow여행사(로고 및 연락처)

사진: 1. 타지마할의 아름다운 자태 2. 아그라포트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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