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정지훈(가수 비)과 '미안하다, 사랑한다' 의 이경희 작가.
이름만으로도 드라마 마니아들을 들뜨게 했던 KBS 2TV '이 죽일 놈의 사랑'(극본 이경희, 연출 김규태)이 시청자의 기대치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듯하다.
10월31일 첫 방송을 시작하며 전국 시청률 16.4%(TNS미디어코리아)를 기록, 단숨에 월화드라마 강자로 등극했지만 이후 14.8%(1일), 16.0%(7일), 15.8%(8일) 등으로 시청률 면에서 큰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집계에서도 14.8%, 9.7%, 14.0%, 13.2% 등으로 당초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청률이 드라마를 판단하는 최상의 잣대는 아니지만 시청자들의 흥미를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흡입력'에 대한 판단 기준이라는 점에서 '이 죽일…'의 예상치 못한 고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재밌게 보고 있다"는 소감과 함께 "뮤직비디오냐",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등의 시청 평도 즐비하다. 정지훈의 연기를 거론하며 "정지훈의 연기 이력에 오점으로 남을까 염려된다"는 의견도 있다.
과연 문제는 무엇일까?
'이 죽일…은 최고의 만남이 최상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동양화처럼 여백을 중시하는 이경희 작가의 대사는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김규태 PD의 현란한 연출력에 종종 힘을 잃는다. 이야기의 얼개를 따라가야 하는 시청자들은 컬러와 흑백을 교차하는 강렬한 영상과 격정적인 선율의 음악 때문에 서사구조를 놓치기 일쑤. 대본과 연출의 전문가가 만났지만 시너지 효과를 내기보다는 상호 충돌하는 형국이다.
또한 정지훈에게 거칠기만한 이종격투기 선수 '강복구' 역이 다소 몸에 맞지 않은 옷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남성미와 소년 같은 귀여움이라는 상반된 매력으로 여성 팬들에게 어필하며 최고의 스타가 된 정지훈은 강복구로 분한 이후에는 더 이상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여주지 않는다.
강복구는 '상두야 학교 가자'의 '상두'나 '풀하우스'의 '영재'처럼 남성미와 귀여움이 공존하는 배역은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시종일관 폼만 잡는 강복구 캐릭터를 정지훈이 체화하기 전까지는 생경한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도 사실.
극중 당대 최고 여배우 '차은석'으로 출연 중인 신민아도 현실의 그가 최고의 스타가 아니기 때문에 현실감이 덜하다는 평도 있다. 그러나 신민아의 연기는 이 같은 차이를 극복하기에는 아직까지 미흡한 면이 있다.
'한다정' 역의 김사랑은 지금까지의 연기 패턴을 버리고 새로운 캐릭터를 위해 사투리까지 구사하며 변신을 시도한 점은 높이 평가할만 하다. 그러나 그의 대사에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다. 재벌 2세 '김준성'을 연기하는 이기우는 영화 '극장전'에서 만난 배우 이기우가 이 사람인가 싶을 정도다.
정성효 프로듀서는 "초반 드라마 전개가 이야기 위주보다는 배역의 감정에 치중하고 있어 큰 줄거리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이것은 이경희 작가가 드라마를 풀어가는 방식인데 아직 시청자들이 이런 드라마에서 익숙하지 않아 어렵게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총 16회 중 이제 4회만을 방송했기 때문에 이러한 평가가 섣부른 감도 있다. 그렇지만 적지 않은 시청자와 방송 관계자들이 공감하고 있기에 제작진과 출연진이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임에는 틀림없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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