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역내 무역 및 투자 자유화를 활성화 한다는 취지로 공식 출범한 APEC은 세월이 흐르면서 고유의 경제·통상 뿐만 아니라 반부패, 조류독감 확산 방지 대책 등 다양한 분야를 함께 다루고 있다. 특히 부산APEC 정상회의는 한반도의 냉전해체와 평화체제 구축 및 동북아 평화와 안정이라는 역내 최대의 화두가 거대 담론으로 논의될 전망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APEC 회원국은 아시아와 태평양 지역의 21개국이지만 주최국인 한국과 주축을 이루고 있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이 6자회담 관련 5개국이어서 정상회의에서 자연스럽게 북핵 해법과 한반도의 평화 및 안정 문제가 논의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제4차 6자회담에서 '9·19 북핵 공동성명'을 채택함으로써 북한의 핵포기와 이에 상응하는 조치라는 원칙과 해법이 마련된 만큼,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는 각국 정상차원에서 그 성과를 승인하는 동시에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의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공감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부시 미 대통령에게 보다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요청하면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는 더 적극적으로 북한을 설득해 줄 것을 당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9·19 공동성명' 채택 직후 미국이 사실상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 주장을 재확인 한 반면, 북한은 '선경수로 제공 후 NPT(핵무기비확산조약) 복귀' 주장을 되풀이 해 여건히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점은 북핵 논의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또 최근 부시 미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독재자'라고 다시 비난한 것도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자유무역 및 통상관련 현안들은 APEC 정상회의의 핵심 의제. 18일 열릴 제1차 정상회의에서는 '무역 자유화의 진전'이라는 의제 아래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 대한 APEC 차원의 기여방안 및 자유무역협정(FTA)의 확산, 경제양극화 해소 방안 등이 논의 될 예정이다.
제2차 정상회의(19일)에서는 '안전하고 투명한 아·태지역'이라는 의제로 인간 안보 및 반부패 분야에 대한 논의가 이어진다. 대테러 조치, 조류독감 등 이동성 전염병에 대한 공동대응과 에너지 안보, 반부패 협력 등이 주요 논의 사항이다.
농산물 협상은 이번 APEC 회의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 농산물수출국들이 관세율 대폭 감축 등 급진적인 농산물 시장개방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에 우리나라와 일본과 같은 수입국은 식량안보를 위한 국내 농업기반 유지와 농촌지역 개발 활성화, 환경보호 등 농업의 비교역적 기능을 고려해 급진적인 시장개방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종무 APEC 정상회의 준비기획실장은 "아시아·태평양 공동체 건설을 바라는 회원국의 의지를 담아 '하나의 공동체를 향한 도전과 변화'를 2005 APEC의 주제로 △보고르 목표(=선진국은 2010년까지, 개발도상국은 2020년까지 무역·투자 자유화를 이룬다) 달성 이행 의지 재확인 △투명하고 안전한 기업환경 확보 △격차를 넘는 가교 건설을 부제로 정했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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