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용산에 문을 연 국립중앙박물관이 대표적 불교 문화재로 꼽히는 금동반가사유상((金銅半跏思惟像·국보 83호)의 외국어 설명에 애매한 표현을 사용해 마치 일본 문화의 영향을 받은 것처럼 묘사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금동반가사유상은 최근 국보 1호 교체 움직임이 일면서 훈민정음(국보 70호)과 함께 유력한 후보의 하나로 거론될 정도로 우리나라 불교 문화를 대표하는 작품.
10일 중앙박물관에 따르면 3층 불교조각실에 전시된 금동반가사유상의 영어 설명에는 '이 상(像)은 일본 교토(京都) 코류지(廣隆寺)에 있는 목조상과 상당히 흡사하다'(This statue has remarkable similarities with a wooden statue(125cm tall) at the Koryuji in Kyoto, Japan)고 돼 있다.
일본어와 중국어 설명도 마찬가지다. 금동반가사유상은 일본의 국보 1호인 코류지의 '목조반가사유상'과 상당히 닮아있어 고대 한국 문화가 일본으로 전파됐음을 입증하는 유물로 평가받고 있는데, 이를 제대로 소개하지 않음으로써 일본 영향을 받은 작품이라는 오해를 낳고 있는 것.
일본 목조반가사유상과 닮았다고만 설명함으로써 한국문화가 일본에 영향을 줬다는 사실을 설명하기는커녕 오히려 한국보다는 일본에 친숙한 외국인들에게는 금동반가사유상이 일본에서 건너왔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게 관람객들의 지적이다.
이경진(27·여)씨는 "많은 외국인 관광객은 우리나라와 일본을 함께 방문할 뿐 아니라 일본의 목조반가사유상을 아는 사람이 많다"며 "부실한 설명으로 잘못된 문화지식을 심어주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반가사유상뿐 아니라 다른 전시물의 외국어 해석을 꼼꼼히 살펴보면 또다른 허점도 발견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겠냐"고 우려를 나타냈다.
국학운동시민연합 유임현 사무처장은 "작품설명에 일본에 영향을 줬다는 내용을 쓰진 않더라도 오해 소지가 있는 '유사'라는 말은 빼야 한다. 우리가 일본 것을 베꼈다고 오해할 소지가 많다"고 설명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 불교조각실 관계자는 "작품 앞 설명에는 우리나라 작품만 설명하는 거니까 굳이 일본에 영향을 줬다는 말을 넣을 필요 없이 그냥 비슷하다고만 했다"며 "국보 83호 말고 다른 작은 반가사유상에는 일반적인 설명을 달고 일본에 영향을 줬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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