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의 에로티시즘/프랑크 에브라르 지음/백선희 옮김/마음산책 펴냄
프랑스의 문학평론가이자 저술가인 프랑크 에브라르가 에로티시즘의 관점에서 '안경'이라는 친숙한 사물에 내포된 다양한 의미를 풀어낸 책이다.
'안경은 약한 시력을 보완하거나 눈을 보호하기 위한 사물'이라는 통념에 덧붙여 '보려는 욕망' 또는 '보이기 위한 욕망'을 충족시키는 역할을 한다는 내용의 이 책은 수많은 문학작품과 영화, 포르노그라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텍스트를 넘나들며 독자들을 관능적인 세계로 이끈다.
안경은 일단 흐릿하거나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뚜렷하게 보게 해주는 신체의 '보조기구'이지만 이 책에서 그 역할과 의미는 다방면으로 확장된다. 예를 들어 검은 선글라스는 햇볕을 가리는 동시에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나를 숨기기도 하고, 때로는 시력과 상관없는 액세서리로서 기능한다.
여러 문학작품과 영화에서 '안경 쓴 여인'은 성적인 판타지를 자극하기도 하고 성적인 매력이 전혀 없는 존재가 되기도 한다. 학자들의 안경은 혜안과 지식을 상징하지만, 광인이나 사악한 자를 표현할 때도 안경은 중요한 소도구가 된다.
이렇듯 세상을 보는 창이자 진실을 가리는 장애물, 또는 자신을 보호해주는 방패가 될 수도 있는 안경에 내포된 기능적 의미 외에 사회학적, 미학적 의미를 파헤치기 위해 이 책은 호프만의 '모래사나이', 레몽 장의 '책 읽어주는 여자', 에드거 앨런 포의 '안경' 등 많은 문학작품과 앨프리드 히치콕, 프랑수아 트뤼포, 우디 앨런 등의 영화도 주요한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다.
풍부한 텍스트 인용으로 도발적이면서 지적인 사유를 펼치는 이 책은 '근시'의 독자들로 하여금 관능의 세계를 똑똑히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경'의 역할을 한다.
조향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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