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입시의 계절이 도래하고 있다. 수험생들은 최후의 결전을 치르기 위해 상륙정에 실린 해병대 전사처럼 핏발 선 눈으로 하얗게 밤을 새우는 요즘이다. 이런 입시철을 겨냥해 각종 매체에 넘쳐나는 광고가 있으니, 이른바 논술지침서라는 것이다.
속효성 특효약 광고와 다름없는 그런 과대광고를 보면서 그 광고에 일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학부모와 수험생들의 심경을 가늠해 보자니 착잡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논술에 집착을 하는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어차피 비슷비슷한 국, 영, 수 과목의 점수이고 보니 논술에서 입시가 좌우된다는 강박감이 작용하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논술이 대학입시에 반영된 사유를 짐작 못하는 바 아니다.
보다 많은 지식을 획득하며, 그것을 이해해서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개진해 기술할 수 있는 미래의 동량을 육성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기획된 것이 바로 논술이라는 신규(?) 학문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 기획은 최악의 우를 범한 것이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논술은 흔히 하는 착각처럼 작문 재주를 경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논술은 모든 분야의 학문적 기초가 담긴 폭 넓은 지식과 이를 해석하는 지혜가 필요하며 또한 이를 표현할 풍부한 어휘력과 문장 구성 능력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깨비 방망이를 가진 것도 아닌 처지에 그 모든 것이 어찌 하루아침에 뚝딱 해결이 된단 말인가. 사람마다 재주는 제각각이다. 아무리 인스턴트 시대라지만 될 것이 따로 있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독서 운운하는 '쓰잘데없는' 이야기를 재론하고 싶지 않다. 과연 논술을 누가 논술할 수 있는지, 논술을 대학입시에 도입한 당사자가 이제 논술해야 할 때가 아닌가 묻고 싶다.
박상훈(소설가·도서출판 맑은책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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