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도 끄떡없다'
경기가 안 좋지만 명품 소비는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수백만 원을 넘어 수천만 원을 호가하기도 하는 고가의 명품. 과연 어떤 사람들이 찾는 것일까.
롯데백화점 대구점 지하 1층 애비뉴엘 라운지. 백화점 최상급 고객인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 200명만 이용할 수 있는 전용 공간이다. 명품을 선호하는 고객들이 매장을 일일이 찾지 않고서도 이곳에서 차 한잔하며 스크린으로 나오는 외국 패션쇼와 잡지 등을 통해 트렌드를 파악하고, 판매원이 가져오는 명품 옷을 입어보고 바로 결제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가장 경기를 안 타는 것이 명품이지요. 현금 보유력이 있어 경기에 크게 영향 받지 않는 부유층 상위 고객 20%가 백화점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어 이들을 특별관리하는데 신경쓰고 있습니다."
이곳을 주로 찾는 고객은 40대 여성들. 30대 중·후반, 50대도 있지만 본인이나 남편이 사업가나 의사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들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주말보다는 평일 오후 3, 4시쯤에 많이 들른다고 했다. 선호하는 브랜드는 샤넬, 프라다, 루이비통, 불가리 등. 서울 명동 롯데타운에는 애비뉴엘 카드를 가진 고객만 이용할 수 있는 명품매장 건물이 있어 대구에서 KTX 고속철도를 타고 서울로 가 백화점의 리무진 서비스를 받아 쇼핑가는 경우도 적잖다고 했다.
"구찌, 크리스찬 디오르, 아르마니 등은 20, 30대 젊은 사람도 많이 찾습니다. 센존은 50∼70대 나이 든 분들이 선호하지요. 명품이 고가여서 특정 고객층만 구매하던 시절은 지난 것 같습니다. 가치 지향적인 젊은이들은 돈을 모아서라도 명품 가방, 신발 하나는 가지려는 마음이 강하니까요."
명품 파트 매니저인 김효근(35) 계장은 명품이 브랜드 인지도와 가치를 유지하고 젊은 감각의 세컨드 라인 등 보다 가격대를 낮춘 제품들을 선보이면서 예전보다 명품을 구매하는 폭이 넓어졌다고 했다.
사회적 활동을 많이 하고 품위를 중시하는 전문직 종사자들 중에도 명품족이 적잖다. 억대 연봉의 보험설계사인 김모(46·여) 씨는 자신의 승용차에 옷을 서너 벌씩 가져다둔다. 명품을 즐기는 상류층을 만날 때는 자신도 명품으로 치장하고, 서민을 대할 때는 평범한 캐주얼 차림으로 변신을 거듭한다.
1억 원이 넘는 BMW 승용차를 타는 남자 교수 이모(49) 씨는 가방, 티셔츠, 신발, 스카프 등 명품이 아닌 물건은 쓰지 않는 명품족이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별나다는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하지만 그는 "명품이 만들어지기까지의 역사와 가치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명품을 즐기는 자신도 그만큼 값어치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며 "명품은 사후 서비스까지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중고 명품 매장은 보다 저렴한 가격대로 명품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찾는 곳. 대구백화점 본점 부근에 있는 중고 명품 매장 '구구스'. '중고 명품 고가 매입 위탁 판매'라고 쓰인 간판을 보고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샤넬, 루이비통, 구찌…. 명품 가방과 모자, 스카프, 옷 등 중고 명품들로 가득했다.
"20대 대학생부터 나이 든 분까지 찾는 연령대는 대중없어요. 남이 쓰던 물건이지만 가치 있는 명품이니까 찾는 것이지요. 요즘은 물건을 오래 쓰지 않으려는 추세여서 싫증난 명품을 팔아 달라고 맡기고 그 돈으로 새로운 중고 명품을 사는 분들도 많습니다."
판매원은 하루에만도 명품을 위탁 판매해 달라는 경우가 수십 건에 이를 만큼 관심이 높다고 했다.
교동시장 인근에는 '프라다, 샤넬 명품 구제 전문점' 등의 간판을 내건 구제 매장들이 늘어서 있다. "보통 리바이스 구제 청바지를 3만∼10만 원대에 판매한다"는 사장 김모(31) 씨는 "요즘 청소년들은 청바지 하나도 진짜인지 가짜 제품인지 구분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진품 구제 청바지를 사려는 고등학생들과 명품 청바지를 원하는 30대 마니아 남성들이 주로 찾는다"고 했다.
인터넷을 통해 명품을 파는 쇼핑몰 사이트는 무려 2천700개가 넘는다. 구미시 원평동에서 '중고명품나라'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김성만(30) 대표는 "20대 여성 등 하루에만 700명 이상이 사이트에 들른다"고 했다. 그는 "외국에서 이월상품이 많이 들어오고 불법으로 들어오는 제품도 적잖아 인터넷에서 거래되는 명품 값이 많이 내린 편이지만, 교묘하게 판매하는 허위 광고가 적잖고 반품이 어려운 문제 등이 있어 소비자들이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글·김영수기자 stella@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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