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석현 前주미대사 주말께 전격 귀국할 듯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이번 주말께 전격 귀국할 예정이어서 안기부 비밀 도청 조직 미림팀 도청 테이프를 통해 드러난 삼성그룹의 1997년 대선자금 지원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홍 전 대사는 도청 내용이 담긴 이른바 X파일에서 여야 대선 후보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전달하고 일부 검찰 간부들에게 명절 떡값을 건넨 혐의 등으로 올 7월25일 참여연대로부터 고발당했다.

그는 도청 사건이 일파만파로 번진 상황 속에서 시민단체가 검찰에 고발하자 이튿날 사의를 표명했지만 석 달 넘게 신변 정리 등을 이유로 귀국을 늦춰 일각에서는 시간 끌기 의혹이 제기됐다.

X파일에 등장하는 삼성그룹측 인사에 대한 검찰 조사는 지난달 13일 이학수 부회장을 2차 소환 조사한 뒤 한달여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대선자금·'떡값 검사' 논란 실체 드러날까 = 검찰은 홍 전대사가 귀국하면 X파일 관련자들의 말 바꾸기 등으로 혼선을 빚고 있는 삼성의 정치자금 제공 의혹 수사가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

X파일 대화 당사자인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은 이미 두 차례 조사를 통해 어느 정도 진술이 확보된 만큼 다른 당사자인 홍 대사의 '입'은 의혹 규명의 중요한 열쇠가 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동안 세풍 수사 기록을 검토하면서 X파일에 나오는 삼성의 이회창 캠프쪽 자금제공 정황이, 1997년 대선 전 삼성이 이회창 캠프에 60억원을 준 것으로 돼 있는 세풍수사 기록과 상당 부분 일치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또 1999년 보광 탈세 사건을 수사하면서 확인했던 출처 불명의 뭉칫돈이 홍 전 대사가 착복한 삼성의 정치자금이라는 의혹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홍 전대사가 삼성에서 받은 돈으로 당시 현직 검사들에게 명절 때마다 '떡값'을 건넸다는 고발 내용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어서 한동안 수면 아래에 가라앉았던 '떡값 검사' 논란도 재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도청 수사 급진전…이건희 회장 귀국 관심 = 홍 전 대사에 대한 검찰 조사는 사실상 안기부 도청 테이프 내용 수사 가능성을 예고한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 등 삼성그룹 주요 임원들이 조사를 받았지만 이건희 회장과 인척 관계인 홍 전 대사 조사 여부가 X파일 내용 수사의 관건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정해서라도 내용 수사를 해야한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홍 전 대사 조사를 계기로 다시 안기부 도청 테이프 내용 수사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이미 미림팀장이었던 공운영씨로부터 압수한 274개 도청 테이프의 대략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간접적으로 조사를 끝마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일각에서는 홍 전 회장이 전격 귀국함에 따라 신병 치료차 2개월 넘게 미국에 머물고 있는 이건희 회장의 귀국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홍 회장이 귀국해 검찰에서 어느 정도 삼성그룹 대선 자금과 관련된 수사를 어느 정도 마무리지으면 이 회장이 귀국하는데 부담이 덜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삼성측은 이 회장이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아는 바 없다며 함구하면서 아직 귀국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다음달에는 노무현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청와대 모임이 예정돼 있어 적절한 시점에 귀국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검찰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해외 장기체류 때에도 5월25일 열린 노 대통령과 경제계 대표 들의 청와대 모임 직전인 5월22일 귀국해 이 모임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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