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골문의 '中'은 깃발 달린 막대기를 뜻하는 'ㅣ'과 태양을 상징하는 '口'로 구성돼 있다. 이 문자는 바람과 그림자를 이용해 방향을 판단하는 계측기였음을 알 수 있다. 더욱 주목되는 건 중심은 붙박이가 아니라 사조 흐름을 이해하면서 창조적 제3의 길을 가는 생명력이 있다는 점이다. 공자는 편벽됨이 없는 '중용(中庸)'을 '군자의 도'라 했으며, 석가도 "중도를 떠난 편견은 본말'경중'선후를 착각하게 되는 미망에 빠지게 한다"고 설파했었다.
○…우리 현대시 100년 역사에서 넘치는 찬사와 조명으로 과대평가된 시인들이 적지 않다. 반면 제대로 평가되지 않거나 과소평가돼 소외되고 잊히는 경우도 많다. 문단에서도 이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또 다른 주관의 위험에 빠질 것을 우려하거나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과감한 재평가를 꺼리는 경향이다. 이런 분위기를 깨고 계간 '시인세계'(겨울호)가 '과대평가된 시인, 과소평가된 시인'을 다뤄 화제다.
○…이 특집은 그 대표적인 경우로 서정주 윤동주 김수영 기형도 등은 과대평가되고, 박목월 박인환 전봉건 김종삼 등은 과소평가된 시인으로 꼽았다. 오세영 서울대 교수는 '우리 시 타락의 원인으로 지목'했던 김수영을 다시 도마에 올렸고, 박현수 경북대 교수는 해방 이후 혼란기의 억압 속에서 '신화'를 낳은 김수영에 대한 평가는 "절대적으로 상향조정되어 서정주와 더불어 하나의 정부가 됐다"고까지 비판했다.
○…한편, 윤동주의 시에는 "옥사라는 비극이 개입되고, 다시 일제 말기의 엄혹한 상황이 보태지면서, 시인의 시작 행위 전체가 '저항'을 향해 수렴되고 이를 학교교육이 반복'재생산하면서 고착화됐다"(문학평론가 이명원)는 것이다. 기형도에 대해서도 우발적 죽음으로 신비로움이 덧씌워진 측면이 있다(문학평론가 홍기돈)고 지적됐다.
○…'시인시계'의 이 특집은 '시종일관 차분하고 낮은 목소리로 서정시의 본령을 성실하게 고수'해 온 박목월을 비롯해 과소평가된 시인들에 대한 재조명의 필요성을 환기했다, 하지만, 이런 일들이 어디 문단뿐이랴. 과대평가에도 일방적인 폄훼는 삼가야겠지만, 상대적으로 그 그늘에 묻히거나 온당한 평가에서 소외된 경우는 다시 조명돼야 한다. 우리 사회에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일들도 얼마나 많은가.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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